2023. 9.17.해날. 갬

조회 수 520 추천 수 0 2023.10.01 23:56:03


학교 뒷마을 댓마에서 낮밥을 먹자고 연락이 왔다.

? 먹기는 먹어야지.

내일 올해 내는 책의 샘플 원고를 마감키로.

썼는가? 헤매는 중. 아직도.

마을에서 밥을 먹자고 부르기는 흔한 일이 아니다.

어울리는 사람들이 그리 있지 않다는 말.

부른 이도, 그 댁에서 오늘 부른 이들도 외지에서 들어온 이들.

30년이 다 되어가도 물꼬 역시 여전히 들어온 사람들로 분류된다.

이제는 그런 걸 이야깃거리로 생각지도 않는 물꼬다.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 살고 있음이라. 내일도 살 것이라는 생각도.

백숙을 끓였단다.

고기 안 먹는 줄 알지만 찰밥이나 같이 먹잔다.

꼼짝을 못하겠는 오늘이지만 밥 한 끼는 먹어야지.

건너가서 밥 먹다. 네 가정이 모였다.

덕분에 인사를 나누기도.

하하, 물꼬를 그리 많이들 아는 줄 몰랐고나.

정확하게는 물꼬 이야기를 들은 게들 많았다.

그게 물꼬는 아니지. 그것이 물꼬가 아니라한들 또 대수이겠는지.

사실을 바로 잡고 싶은 것 한둘은 우리 입을 통해 정정했네.

 

그 댁에는 차도구가 많다. 찻집을 생각한 적도 있었고, 동생 분이 전통찻집을 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그네는 차를 잘 마시지 않는 듯.

배우기는 했는데...”

안 하니 잊힌.

밥보다 차 때문에 갔다 해야.

차 한 잔 달여 마셔야지 하고 책상 앞에서 일어나려던 참이었던.

찻자리를 마련했다.

차를 그리 마시기는 처음이라는 분도 계셨다.

차 맛이 좋았다.

다식도 좋았다. 한 댁의 사위가 빵집을 하신다고 내놓은 것들.

가기 바빠 빈손으로 갔고나. 언제 물꼬에서 밥 한 끼 내놓아야겠다 했네, 혼자 속으로만.

 

빈통을 챙겨가서

마을에 다리 다친 할머니댁 건네겠다며 닭죽을 얻었다.

할머니 댁 들여 드리니, 당신도 고기를 잘 먹지 않으신다네.

몰랐다. 이참에 알았다.

두면 누구라도 먹지요...”

드나드는 할머니들 계시니.

가까이 살아도 할머니들을 잘 모른다.

다치신 덕분에 드나들며 당신 사는 모습도 들여다보고

사는 이야기도 듣고

입맛도 알게 되고.

 

늦은 오후에는 책상 앞을 떠나 사이집 둘레 풀을 뽑았다.

기락샘도 거들었다.

움직임이 또 책상 앞으로 갈 수 있게 해주었다.

지금은 책상 앞.

도돌이표 하는 문장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다가

이렇게 하루 기록 몇 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726 2005.10.24.달날.흐림 / 선을 북돋우라 옥영경 2005-10-26 1523
725 2005.10.23.해날 / 2006학년도 입학 설명회 옥영경 2005-10-26 1645
724 2005. 10.23.해날.맑음 / 퓨전음악 옥영경 2005-10-24 2005
723 2005.10.22.흙날.맑음 / 감 깎다 옥영경 2005-10-24 1582
722 2005.10.21.쇠날.비 / 아이들의 소박함으로 옥영경 2005-10-23 1495
721 2005.10.20.나무날.맑음 / 같이 살면 되지 옥영경 2005-10-22 1391
720 2005.10.19.물날 흐리다 햇살 퍼지다 / 출판 계획 옥영경 2005-10-21 1321
719 2005.10.18.불날.안개 자욱한 아침 옥영경 2005-10-20 1298
718 2005.10.17.달날.맑음 / 내 삶을 담은 낱말 옥영경 2005-10-19 1297
717 2005. 10. 15-6. 밥알모임 옥영경 2005-10-18 1420
716 2005.10.15.흙날. 진짜 가을 / 햅쌀 옥영경 2005-10-17 1311
715 2005.10.14.쇠날. 3주째 흐린 쇠날이랍디다, 애들이 옥영경 2005-10-17 1271
714 2005.10.13.나무날. 달빛 고운 옥영경 2005-10-15 1255
713 2005.10.12.물날.맑음 / 새 대문 옥영경 2005-10-14 1357
712 2005.10.11.불날. 날 참 좋다! 그리고 딱 반달/ 상처를 어이 쓸지요 옥영경 2005-10-12 1439
711 2005.10.10.달날. 성치 않게 맑은/ 닷 마지기 는 농사 옥영경 2005-10-12 2236
710 2005.10.9.해날.맑음. 꽃가마 타고 그가 가네 옥영경 2005-10-11 1480
709 2005.10.8.흙날. 벼 베다 옥영경 2005-10-10 1518
708 2005.10.7.쇠날.오던 가을이 흠뻑 젖었지요 옥영경 2005-10-10 1131
707 2005.10.6.나무날.아이들 소리 같은 가을 하늘 옥영경 2005-10-08 134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