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17.해날. 갬

조회 수 509 추천 수 0 2023.10.01 23:56:03


학교 뒷마을 댓마에서 낮밥을 먹자고 연락이 왔다.

? 먹기는 먹어야지.

내일 올해 내는 책의 샘플 원고를 마감키로.

썼는가? 헤매는 중. 아직도.

마을에서 밥을 먹자고 부르기는 흔한 일이 아니다.

어울리는 사람들이 그리 있지 않다는 말.

부른 이도, 그 댁에서 오늘 부른 이들도 외지에서 들어온 이들.

30년이 다 되어가도 물꼬 역시 여전히 들어온 사람들로 분류된다.

이제는 그런 걸 이야깃거리로 생각지도 않는 물꼬다.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 살고 있음이라. 내일도 살 것이라는 생각도.

백숙을 끓였단다.

고기 안 먹는 줄 알지만 찰밥이나 같이 먹잔다.

꼼짝을 못하겠는 오늘이지만 밥 한 끼는 먹어야지.

건너가서 밥 먹다. 네 가정이 모였다.

덕분에 인사를 나누기도.

하하, 물꼬를 그리 많이들 아는 줄 몰랐고나.

정확하게는 물꼬 이야기를 들은 게들 많았다.

그게 물꼬는 아니지. 그것이 물꼬가 아니라한들 또 대수이겠는지.

사실을 바로 잡고 싶은 것 한둘은 우리 입을 통해 정정했네.

 

그 댁에는 차도구가 많다. 찻집을 생각한 적도 있었고, 동생 분이 전통찻집을 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그네는 차를 잘 마시지 않는 듯.

배우기는 했는데...”

안 하니 잊힌.

밥보다 차 때문에 갔다 해야.

차 한 잔 달여 마셔야지 하고 책상 앞에서 일어나려던 참이었던.

찻자리를 마련했다.

차를 그리 마시기는 처음이라는 분도 계셨다.

차 맛이 좋았다.

다식도 좋았다. 한 댁의 사위가 빵집을 하신다고 내놓은 것들.

가기 바빠 빈손으로 갔고나. 언제 물꼬에서 밥 한 끼 내놓아야겠다 했네, 혼자 속으로만.

 

빈통을 챙겨가서

마을에 다리 다친 할머니댁 건네겠다며 닭죽을 얻었다.

할머니 댁 들여 드리니, 당신도 고기를 잘 먹지 않으신다네.

몰랐다. 이참에 알았다.

두면 누구라도 먹지요...”

드나드는 할머니들 계시니.

가까이 살아도 할머니들을 잘 모른다.

다치신 덕분에 드나들며 당신 사는 모습도 들여다보고

사는 이야기도 듣고

입맛도 알게 되고.

 

늦은 오후에는 책상 앞을 떠나 사이집 둘레 풀을 뽑았다.

기락샘도 거들었다.

움직임이 또 책상 앞으로 갈 수 있게 해주었다.

지금은 책상 앞.

도돌이표 하는 문장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다가

이렇게 하루 기록 몇 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986 115 계자 여는 날, 2006.12.31.해날. 맑음 옥영경 2007-01-03 1430
5985 9월 17-19일, 다섯 품앗이샘 옥영경 2004-09-21 1430
5984 7월 21일, 집에 가기 전 마지막 물날 옥영경 2004-07-28 1430
5983 2006.10. 1.해날. 맑음 옥영경 2006-10-02 1429
5982 129 계자 사흗날, 2009. 1. 6. 불날. 눈이라도 내려주려나 옥영경 2009-01-21 1428
5981 8월 31일, 이따만한 종이를 들고 오는데... 옥영경 2004-09-14 1428
5980 2005.11.25.쇠날.얄궂은 날씨 / 월악산(1097m) 옥영경 2005-11-27 1427
5979 6월 9일 나무날 해거름 좀 흐린 하늘 옥영경 2005-06-12 1427
5978 2011. 6.20.달날. 폭염주의보 이틀째 옥영경 2011-07-02 1426
5977 2008. 2.24.해날. 바람 잦아들고 푹해지다 옥영경 2008-03-18 1426
5976 2007. 8.19-25.해-흙날. 비도 오고 그랬어요 옥영경 2007-09-21 1426
5975 5월 14일 흙날, 동요잔치 옥영경 2005-05-20 1426
5974 115 계자 닷샛날, 2007. 1. 4.나무날. 맑음 / 오뉘산 옥영경 2007-01-08 1425
5973 112 계자 닫는 날, 2006.8.12.흙날. 맑음 옥영경 2006-08-17 1425
5972 2008. 7.23.물날. 비 옥영경 2008-07-30 1424
5971 2006.5.22.달날. 비 옥영경 2006-05-25 1424
5970 108 계자 이레째, 2006.1.8.해날. 아직도 꽁꽁 언 얼음과 눈 옥영경 2006-01-10 1424
5969 7월 23-25일, 김근영 이충렬님 머물다 옥영경 2004-07-28 1423
5968 153 계자 나흗날, 2012. 8. 8.물날. 살짝 구름 지난 오전 옥영경 2012-08-10 1422
5967 107 계자, 8월 15-20일, 현민이와 윤세훈과 수민 종화 종하 응준 강우 옥영경 2005-09-08 142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