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18.달날. 흐림

조회 수 537 추천 수 0 2023.10.01 23:56:40


좀 전 자정, 올해 내려는 책의 표본 원고를 마감하다.

낮에는 삽화 하나도 왔다. 역시 샘플 삽화. 더하여 편집자한테 보낸.

 

종일 글을 썼다. 그리 말하면 긴 시간이다.

하지만 정작 책상 앞은 얼마 앉지 못했다.

다른 일을 한 것도 아니다.

그저 앉았다 섰다, 이 의자에서 저 의자로 옮아앉거나 방을 서성거리거나.

얼거리를 다 짜고 시작한 글도 아니었다.

일단 써나가면서 글 전체 가닥을 잡은. 그것도 여전히 윤곽이 희미한.

 

간절하게 피드백이 필요하군요!

이걸 샘플 원고라기에 퍽 허술하고, 그래서 민망합니다만으로 시작하는 메일이었다.

물꼬의 교육이 현 주류 교육에 던지는 바가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물꼬라는 특수에서 어떻게 보편을 획득할 것인가가 큰 고민입니다.

담담하기가 어려웠습니다긴 세월이었고마음이 자꾸 넘쳤습니다.’

그랬다. 마음이 자꾸 넘쳤다.

오랫동안 쓰려고 했던 글이었다.

우리 이야기니까, 잘 아니까, 쉬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채 몇 문장을 쓰지도 못하고 책상 앞에서 벌떡 일어나기를 수십 차례.

시작도 어려웠지만 나아가기는 더 어려웠다. 넘치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 속에 바깥 세상은 끊임없이 시끄러웠다.

교권과 아동권이 충돌하고,

장애아와 비장애아 권리가 반목하고,

남성을 한남충’, 여성을 김치녀로 낮춰 부르며 서로 비방하는 20대들은

그 강도가 약해졌는 양 해도 말만 하지 않을 뿐 달라지지 않았다.

내 새끼만 귀해서 그 아이를 둘러쌀 우리 새끼는 보지 못하는 일이 흔했다.

공부만 잘하면 다른 건 아무래도 좋다고 키워진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자라서 위해를 가하는 어른이 된 예도 넘쳤다.

지구는 자꾸 더워져 산불과 폭염과 폭우에 기후난민이 넘쳐도

지나치게 쓰고 사는 삶은 별 달라지지 않아 보였다.

우리 어쩌다 이리 되었나, 도대체 우리 무엇을 배웠고 무엇을 가르치고 있나?

그 책임에 교육에 있다고만 할 수 없을 것이나, 종국에는 교육이 져야 할 부분 아니겠는지.

그래서! 물꼬에서 하는 교육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97일 편집자와 연락을 주고받았을 땐 당장 쓸 듯이 했지만

결국 닥쳐서야 써서 보냈다.

현재 생각하는 원고 분량은,

한 꼭지당 대략 A4 3p, 27꼭지 정도를 생각하니

전체 A4 81p, 200원고지 650장 정도.

삽화는, 표지 포함 15~20컷 정도 생각하는.

편집회의를 거치며 글의 톤이 비로소 정해질 테고

한가위 지나 104일까지 초고를 넘길 생각인데, 생각인데, 생각인데...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365 2020.12. 9.물날. 흐림 옥영경 2021-01-10 512
5364 2023.12.29.쇠날. 미세먼지로 뿌연 옥영경 2024-01-07 512
5363 2020.10.10.흙날. 맑음 / 새 책 출간 계약서 옥영경 2020-11-18 513
5362 2023. 9. 8.쇠날. 맑음 옥영경 2023-09-28 513
5361 2023.10.20.쇠날. 갬 옥영경 2023-10-30 513
5360 173계자 나흗날, 2024. 1.10.물날. 구름에 살짝 걸린 해 옥영경 2024-01-13 513
5359 2024. 3.14.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513
5358 2019.10. 5.흙날. 흐림 옥영경 2019-11-24 514
5357 2019.12.31.불날. 해 옥영경 2020-01-17 514
5356 2020. 1. 2.나무날. 조금 흐림 옥영경 2020-01-20 515
5355 2021. 9.13.달날. 가끔 구름 / 밤에 만난 벌, 그리고 물꼬의 자생성에 대한 몇 자 옥영경 2021-10-28 515
5354 2020. 1.19.해날. 아침 이슬비 옥영경 2020-02-20 516
5353 2020. 2. 6.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0-03-05 516
5352 2020. 2.26.물날. 갬 옥영경 2020-04-01 516
5351 2022. 1.22.흙날. 흐리다 한 방울 비 지난 저녁 / 페미니즘을 말하는 책 두 권 옥영경 2022-01-30 517
5350 2023. 1. 7.흙날. 맑음 / 171계자 샘들 미리모임 옥영경 2023-01-09 517
5349 2023.11. 1.물날. 맑음 옥영경 2023-11-12 517
5348 2023.12. 2.흙날. 보슬비 내린 아침 옥영경 2023-12-13 517
5347 2019.11.20.물날. 맑음 / 서울 북토크: <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 옥영경 2020-01-09 518
5346 2020. 4. 4.흙날. 맑으나 바람 거센 옥영경 2020-05-28 51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