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6.달날. 살짝 흐린

조회 수 589 추천 수 0 2023.10.24 00:08:44


나흘 내내 난계축제 먹거리 장터에 손을 보태느라 고단이 밀렸고,

쉬엄쉬엄 하루를 보내다.

각 읍면 단위 새마을협의회 남녀 회장들이 꾸리는 식당이었더랬다.

 

오후에는 달골의 들깨를 벴다.

대엿새 뒤 털 때까지 말릴 것이다.

참깨처럼 베는 순간부터 바닥에 떨어지는 게 아니라

들깨가 껍질 안에서 여물어 있는 거라

베 놓고 여러 날 말렸다 털기 전에야 천막을 깔아도 되는.

저게 사람 노릇하겠나 싶었더니 저리 장가도 가고 한다,

여린 한 목숨을 그리 말하듯

저게 들깨가 되겠나 했던 농사였다.

쑥쑥 크게 자라지는 못했지만 열매를 달았고,

넘들 들깨 턴다 바쁘다 하기 때가 되었나 보다 했던.

 

지난 13일 밤 10

올해 내는 책의 편집회의를 한 시간을 넘게 했다.

오늘에야 끼적여둔 회의 내용을 살핀다.

이번 책은 드디어 물꼬 이야기를 담기로 했던.

크게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

앞은 물꼬 교육, 그리고 뒤는 물꼬 사람들 이야기를 담으려던.

특히 물꼬 사람들 부분은,

그들의 아름다운 헌신은 물꼬를 꾸려온 힘이고,

그걸 가장 잘 아는 내가 그것을 기록하고 그들을 찬사해야 마땅하다 여겨왔던.

그리하여 세부적으로

물꼬 소개, 교육과정, 가치관(배경), 사람들, 계자 제목들(그것에 계자주제가 있으니)로 얼거리를 짰더랬다.

그러나 이것이 물꼬를 아는 사람, 거쳐 간 사람들에게는 그 역사가 중요하겠지만

과연 대중서가 될 수 있을 것인가가 의문.

그렇잖아도 물꼬의 특수를 어떻게 보편으로 담지해낼 것인지 고민이더니.

이제는 에세이(에피소드 중심)가 아니라 그야말로 교육 인문서를 내셔야지 않겠는가,

편집부의 강력한 의견이었다.

썼던 원고를 엎고 다시 써보기로 한다.

 

1부 교육의 기반과 바른 가치관: 교육 목적, 내용

2부 변화와 성장: 교육과정, 활동

3부 관계와 소통: 사람 노릇

4부 미래 교육과 희망: 교육은 희망이 있는가

 

아직 막연한데 대략 이런 그림이 되지 않을지.

이리 되니 이번 책에 넣기로 한 물꼬 풍경 삽화가 아무래도 책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들,

해서 철회키로.

지난 번 책에서부터 삽화를 그리겠노라는 화가분이 계셨는데

다음 작업으로 또 밀리게 되었을세.

호흡을 좀 가다듬고 다시 써보자.

아무래도 올해 책은 해를 넘기겠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206 2023.11.10.쇠날. 갬 옥영경 2023-11-19 565
5205 2019. 8.29.나무날. 흐림 / 때로 헤어짐을 지지함 옥영경 2019-10-11 566
5204 2023.10.31.불날. 맑음 옥영경 2023-11-12 566
5203 2019. 7. 9.불날. 조금 흐리게 시작한 아침 옥영경 2019-08-17 567
5202 2019 여름 산마을 책방➁ (2019.8.24~25) 갈무리글 옥영경 2019-10-10 567
5201 2월 어른의 학교(2.25~27) 갈무리글 옥영경 2022-03-24 567
5200 2019. 6.19.물날. 는개비로 시작한 아침, 그리고 갠 옥영경 2019-08-07 568
5199 2021.10.13.물날. 낮 서울 맑음, 밤 대해리 비 옥영경 2021-12-08 570
5198 2019. 9. 5.나무날. 소나기라 할 만치 / 가을학기 여는 날 옥영경 2019-10-16 572
5197 2021 물꼬 연어의 날; Homecoming Day(6.26~27) 갈무리글 옥영경 2021-07-23 572
5196 2023.10.10.불날. 맑음 옥영경 2023-10-24 572
5195 2024. 4.11.나무날. 맑음 / 화전놀이 옥영경 2024-04-23 572
5194 2023. 8.30.물날. 비 옥영경 2023-09-06 573
5193 2019. 9.22.해날. 비바람 옥영경 2019-10-31 574
5192 2019.10. 4.쇠날. 맑음 / 여민락교향시 초연 옥영경 2019-11-24 574
5191 2019.10.15.불날. 잠깐 볕. 흐리고 기온 낮고 바람 불고 옥영경 2019-11-27 574
5190 2019.10.16.물날. 볕 / 우리 모두 나이를 먹는다 옥영경 2019-12-05 574
5189 2023. 8.27.해날. 구름 / ‘멧골 책방·2’ 닫는 날 옥영경 2023-09-03 574
5188 2019. 9.26.나무날. 흐리다 살짝 해 / 아고라 잔디 옥영경 2019-10-31 575
5187 2022. 4.19.불날. 맑음 / 물꼬에 처음 왔던 그대에게 옥영경 2022-05-16 57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