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백숲에 갔다. 숲을 안내하기로 했다.
초등 6년 스물여섯과 어른 둘을 맞았다.
오늘의 주제는 ‘나와 숲-이름’이 되었다.
도착들이 늦어 걸음을 조금 쟀다.
아이들은 담임교사가 학급을 운영하는 색깔을 밖에 나와서도 그대로 보여주고는 한다.
질서를 아는 학급이었다.
“옥샘, 얘기 많이 들었어요.”
그 반 담임샘이 인사를 건네왔다.
일찍이 한 교장샘이 물꼬에 꼭 가보라 권하셨더라지.
그렇게 인연은 또 넓혀지고.
‘맞이 동그라미’.
가을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숲이었다.
뭘 그리 가르치나, 걷기만 해도 좋을 날이었다.
오늘 흐름을 안내하고,
숲의 다양성처럼 인간 군락의 다양함 속에
우리가 ‘이름’을 가진 까닭, 나아가 삶을 가꾸어야 하는 이유를 읊었다.
과제도 던졌다.
이름표 뒤에 내 이름으로 내 세울 잎을 넣어 숲을 나오기로.
종을 들고 시작과 끝 혹은 모임을 알렸다.
편백 아래서 걸음을 멈추었다.
편백과 측백의 차이,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과 함께 이 편백숲이 이루어진 과정을 전했다.
한 사람이 품었던 마음이 일궈낸 기적, 그의 이름은 그렇게 우리에게 새겨졌다.
다음 오솔길에서는 침묵하며 걸었다; 숲을 채운 존재들의 소리 듣기.
오솔길을 나와 편백 아래 평상에서 아름다운 낱말 둘을 나누었다; ‘나무초리’와 ‘우듬지’.
이어 고개 들어 나무초리와 우듬지를 보았더라.
그리고 소리가 나무와 나무 사이를, 혹은 나무와 바위에 부딪히고 골짝을 흘러가는 길을
같이 찾아보았다, 심청가 한 대목 공연과 함께.
원점으로 향한 마지막 길은 넓었다.
아이들 어깨를 나란히 걸었다. 아이들이 곁에서 새처럼 지저귀었다.
아이들의 기분좋음이 물드는 잎처럼 내게 번져왔다.
“나뭇잎이 정말 다양했어요.”
갈무리모임에서 한 아이가 말했다.
그게 일종의 학습목표였던 걸음이었으니까.
담임샘과 특수아도움샘까지, 어른들도 배시시 미소가 새는 산책이었더랬네.
아이들 이름을 하나 하나 불러주며 마무리하였다.
그 이름을 갈고 닦고 살다가 다시 만나자고.
저녁답에는 달골에 예취기가 돌아갔다.
깨밭과
도라지밭과
사이집 서쪽 경사지와
달골 대문 앞 얼마쯤의 길 양쪽 풀을 베고 길을 쓸었다.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마침 그곳에서 보낸 교육서가 하나 닿았다.
북토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내 책과 같이 하건, 그 책을 지원하는 형태가 되든
일단 책부터 읽어보고.
내일 또 편백숲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