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 6.달날. 비바람

조회 수 536 추천 수 0 2023.11.19 23:56:27


바람이 몹시 거칠었다.

명상돔의 그늘막이 심하게 펄럭였다.

사다리에 올라 네 기둥에 묶인 끈들을 풀고

돔 본채에 묶어두었다.

봄이 올 때까지 그리 두려한다.

내리 그렇게 두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도 하고.

모양새가 덜 나기는 하지만.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주말에 먼 길을 다녀온 걸음이라,

그것도 새벽에야 닿았던 터라

충분히 쉬었던 오전이었다.

오후에 현철샘이 국화 화분을 열댓 들여왔다.

절정을 지나고 있는 소국들이었다.

아침뜨락 들머리며 세 곳에 나눠 두었다.

비 지나면 땅에 뿌리를 옮기고 내년에도 꽃을 보려한다.

나중을 바라고 하는 일들, 그것이 내일도 살고 있겠다는 약속 같고는 하다.

가지가 부러진 국화들이 있었다.

수반에다 꽂아두었다.

가을이 집안 깊숙이 들어와 있다.

 

저녁상을 물리고 사람들과 밤 두멧길을 걸었다.

별은 없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건 당연히 아니다.

산자락의 방위를 안내하고,

어디께 어떤 별자리들을 이곳에서 보는지 가리키다.

아이들과 밤마실을 가서 드러누워 별자리를 보는 물꼬 천문대라 일컫는 곳이었다.

겨울계자를 기다리는 가을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06 8월 23일, 류기락샘 출국 전날 옥영경 2004-08-25 2053
6505 39 계자 엿새째 1월 31일 옥영경 2004-02-01 2051
6504 6월 28일, 그럼 쉬고 옥영경 2004-07-04 2046
6503 2009. 7.13.달날. 지난 밤 큰비 다녀가고, 두어 차례 더 옥영경 2009-07-30 2044
6502 아흔 다섯 번째 계자, 6월 25-27일 옥영경 2004-07-04 2044
6501 6월 15일, 야생 사슴과 우렁각시 옥영경 2004-06-20 2044
6500 2007.11.10.흙날. 썩 맑지는 않지만 / 지서한훤(只敍寒暄) 옥영경 2007-11-19 2042
6499 대해리 미용실 옥영경 2003-12-26 2036
6498 12월 21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4-12-22 2035
6497 불쑥 찾아온 두 가정 2월 19일 옥영경 2004-02-20 2033
6496 2008. 5.4-5. 해-달날. 비 간 뒤 맑음 / 서초 FC MB 봄나들이 옥영경 2008-05-16 2024
6495 <대해리의 봄날> 여는 날, 2008. 5.11.해날. 맑으나 기온 낮고 바람 심함 옥영경 2008-05-23 2023
6494 10월 13일 물날 맑음, 먼저 가 있을 게 옥영경 2004-10-14 2023
6493 2005.12.19.달날.맑음 / 우아한 곰 세 마리? 옥영경 2005-12-20 2020
6492 2011. 1.22-23.흙-해날. 맑음, 그 끝 눈 / ‘발해 1300호’ 13주기 추모제 옥영경 2011-02-02 2018
6491 6월 7일, 성학이의 늦은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1 2017
6490 2014. 7. 6.해날. 낮은 하늘 / 이니스프리로 옥영경 2014-07-16 2015
6489 125 계자 이튿날, 2008. 7.28.달날. 빗방울 아주 잠깐 지나다 옥영경 2008-08-03 2009
6488 2005. 10.23.해날.맑음 / 퓨전음악 옥영경 2005-10-24 2004
6487 12월 13일 달날 맑음 옥영경 2004-12-17 200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