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가 내린 아침,
아침수행을 하고 아침뜨락으로 가기 위해 사이집의 마당에 내려섰다.
기온은 뚝 떨어졌으나 바람은 없어 쨍 하고 맑은 정신이 기분 좋게 들었다.
몇 걸음 걸어 돌담 사이로 막 걸음을 딛는데,
아...
세상에! 멧돼지가 여기까지 이르렀다.
쟁기질을 한 듯 어쩜 이리 촘촘히도 파헤쳤다나.
느티나무 삼거리까지 밭을 만들어놓았다.
느티나무 동그라미 가장자리 잔디들도 패놓았다.
블루베리 줄 선 나무들을 한 그루씩 빼놓지 않고 파놓았다.
햇발동에 이르는 길에도 서너 곳을 파놓고,
그것도 모자라 햇발동 데크 앞으로 주목 두 그루 둘레를 또한 넓게 헤집었다.
이 아래쪽이 이럴 정도면 산에 더 가까운 아침뜨락은 말해 뭣할까.
아니나 달라 지난 쇠날 달골에 한 무더기씩 심어둔 국화를 다 뒤집어 놓았다.
화분에서 빼내 던져둔 것처럼 여기저기 국화 분들이 날아가 있었다.
지느러미길 들머리 바위 곁에도, 옴자 바위 둘레에도, 실도랑 뽕나무 아래도,
파헤쳐지기는 마찬가지였다.
힘이 좀 빠지지만, 그것이 상처는 아니다!
그는 그의 삶을 살았고,
나는 또 이곳의 삶을 살 것이다
밥못까지 올라가 그들의 발자국을 찾아다녔다.
밥못 가까이에서 측백 울타리 사이로 들어온 흔적을 본다.
내일은 철망이라도 남쪽 가장자리들에 더 놓으리라 한다.
모든 곳을 둘러치지 않는 한 그들은 또 들어올 것이다.
그렇다고 약을 뿌리지도 덫을 놓을 것도 아니다.
그저 그들을 좇으리라 한다. 막으리라 한다.
봄이 오면 무엇으로든 이 문제를 해결하리라.
울타리 방식이 최선일 테지...
결국 돈이 할 일이고, 우리 주머니는 가벼우니
재표를 빼면 나머지는 사람의 손으로 하게 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