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5.쇠날. 잠깐 해

조회 수 595 추천 수 0 2024.01.08 17:17:48


뿌연 하늘 사이 해 잠깐 인사하고 가고.

 

겨울90일수행 중. 그리고 계자준비 주간.

털신들을 꺼내와 안창 끼워 내놓다.

샘들이 드나들기 좋게, 더러 아이들도 신고 나갈 수 있게 작은 것도.

부엌에도, 슬리퍼는 슬리퍼대로 있지만, 시린 발을 위해 털신도 두다.

 

뜻하지 않은 일거리들이 나오기도.

실내슬리퍼 가운데 바닥이 곰팡이 때를 가진 것들도 있었기

꼭 지금 해야는 게 아니지만

공간이 너른 이곳에서 일이란 나중이 없다.

눈에 보였을 때 해야. 언제 또 그걸 손에 잡는단 말인가.

그래서 이곳에서는 늘 여기서 저기 가는 걸음이 길고 길 수밖에.

웬만하면 가면서 하나씩 해치우고 가니까.

나중에 해야지, 그러면 잊히기 쉬우니.

실내슬리퍼들을 잠깐 넣어뒀다 꺼내도 되는데,

철이 지날 때야 넣어두면서 빨 것인데 손댄 김에 빨기로.

 

날이 푹해 바깥일을 하기 좋았다.

산오름에 쓸 신발들을 확인하러 숨꼬방에 갔다가

예취기에 쓰인 것들이며 두어 가지가 늘려있는 걸 본 거라.

치워야지 싶었다.

날이 매우 모질었다면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을 걸.

물건들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나왔네.

부엌에서는 칼을 갈았다. 열 자루도 넘는다.

칼이 잘 들어야 일이 수월하지.

밤에는, 엊저녁 면으로 재봉질한 가리개를

삼거리집 앞채의 북쪽 창에 매달고 나왔다.

 

저녁답에야 장을 보러 나갔다.

예전엔 규모도 커서 제법 멀리 읍내나 고개 너머 시내를 갔는데,

그래야 먹을거리 말고도 챙겨야 할 물건들을 다 찾아올 수 있었다.

머잖은 곳에 식자재마트가 생기고,

틈틈이 학교에 필요한 것들을 잘 챙겨놓아

요새는 계자 장이란 게 딱 먹을거리만 들이는 일.

매우 걸음을 종종거려야 할 어떨 땐 메모도 없이

마트 안의 출발지에서부터 필요한 걸 가늠하며 착착착 바구니에 담으면

한두 가지나 빠지는 게 있었으려나.

그러면 다음날 들어오는 샘들이 챙기기도.

요즘은 길도 좋고, 차편도 좋고, 심지어 택배라는 것도 있다

(예전에도 있었을 텐데 너무 늦게 그런 문화를 알게 된?)

여기서 놓치더라도 아이들 들어오는 편에

지율 모가 번번이 챙기는 수고를 기꺼이 해주시기도.

이번 계자 부모님들이 보내오시는 걸 확인해보니

허허, 별 사들일 게 없는 거다.

카트가 아주 가벼웠더라.

 

2월에 인도의 한 공동체에서 머무는 건으로

며칠 사이 메일이 여러 차례 오가고 있었다.

한 공동체에서도 몇 지점을 들리게 되었다.

한 곳이 정해져야 다음을 결정할 수 있는데,

그 첫 번째 곳이 메일을 읽었음이 확인되었는데도

하루가 지나도 무응답이라.

나는 대체로 기다리는 사람.

그곳에서 그럴 만한 바쁜 일이 있겠거니 하는.

왜냐면 물꼬 이곳이 그러하니까.

답장을 기다리고 있노라 다시 보낸 메일에

아차차차차차 잊었노라 바로 답이 왔다.

소식 없을 때는 다시 보내 봐야 한다!

내가 움직일 동선을 헤아려주었고,

그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보내오다.

세 번째 지점이 제일 먼저 정해졌고,

두 번째가, 그리고 오늘 첫 번째 지낼 곳이 결정되었네.

계자 가운데 그 일을 챙기자면 쉽지 않을 것을

가뿐하게 정리되다. 고마워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566 1대 부엌 목지영샘, 3월 12-13일 옥영경 2004-03-14 2398
6565 2004학년도 학부모모임 길을 내다, 3월 13-14일 옥영경 2004-03-14 2328
6564 학교 문 여는 날 무대 오르실 분들 옥영경 2004-03-24 1886
6563 KBS 현장르포 제3지대랑 옥영경 2004-03-24 2390
6562 3월 15-26일, 공연 후원할 곳들과 만남 옥영경 2004-03-24 2405
6561 3월 18일, 황간분재 김태섭 사장님 옥영경 2004-03-24 2171
6560 3월 15일주, 꽃밭 단장 옥영경 2004-03-24 2177
6559 3월 21-2일 주말 옥영경 2004-03-24 1886
6558 돌탑 오르기 시작하다, 3월 22일 달날부터 옥영경 2004-03-24 2168
6557 3월 27-8일; 공동체식구 나들이 옥영경 2004-04-03 1598
6556 3월 30일, 꽃상여 나가던 날 옥영경 2004-04-03 2163
6555 3월 29일 주 옥영경 2004-04-03 1665
6554 4월 1일 연극 강연 가다 옥영경 2004-04-03 2131
6553 2004년 4월 5일주 옥영경 2004-04-13 1839
6552 주간동아와 KBS 현장르포 제 3지대 옥영경 2004-04-13 2416
6551 4월 10-11일, 밥알모임 옥영경 2004-04-13 2092
6550 4월 10일 흙날, 아이들 이사 끝! 옥영경 2004-04-13 2329
6549 4월 8-10일 영경 산오름 옥영경 2004-04-27 1665
6548 4월 12일 달날, 잔치 소문난 날 옥영경 2004-04-27 1576
6547 꽃상여 나가던 날, 4월 13일 불날 옥영경 2004-04-27 162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