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아침이더니 맑아졌다.

방에도 이불에도 바람들이기 좋은.
혼자 못할 것도 아닌데
어제 장이 좀 꼬여 응급실을 다녀왔다고

식구들이 햇발동과 창포동 청소도 거들다.
가마솥방과 부엌청소도 다른 식구들이 하였네.

논두렁 문영샘은 오늘도 빠트린  하나를 챙겨서 사다 주시다

땅콩버터를 쓰고 싶었는데,
없으면 없는 대로 하는 물꼬 밥상인데,

마침 오시기 실어와 주십사 한.

부천에서 기차 타고 버스 타고,
서울에서 기차 타고 여기 차량으로,
장성에서 4시간 운전을 해서,
천안에서 자가용으로들 모였다.

신청자 열과 객원과 안의 식구들까지 열다섯.
어릴 적 외가에서 오래 살았다
저녁에 들어오는 시간이  달랐던 이모들이 밥상에 앉을 때마다
나는 숟가락을 들고 또 들고 했더랬다.

풍요로웠던 그 시절이 불려와 마음 더 좋았다.

찌개를 데우거나
새로 끓이거나
귀찮을  없는반가운 기쁨의 얼굴들이라.

찻자리.

아이들이 책방과 가마솥방을 오가며 주전부리를 하고,

어른들은 차를 마시고.
들어오는 시간들이 매우 늦어

맞이 모임역시 더뎠다.

물꼬 노래집 <메아리>를 들고 목청껏 부른 우리들의 넘치는 흥!

늦은 밥상을 물리고 어둔 두멧길을 걸어 달골 올라 명상돔부터 들어섰다.
열둘이었다.
명상돔은 열둘이 쓰겠다고 만든 공간!
 우주 어딘가에 나와 있는 느낌이 든다고들 했다.

둘러친 등들이 반구에 비치고,

한가운데 촛불들이 유리벽에 일렁이고...
우리들은 깊은 영상의 세계에 있었다.
 자리에서 하루재기까지 하고 나오다.


햇발동으로 건너와 어른들은 짧은 뒷모임을 하고,
아이들은 사내아이들에게 내놓은 더그매 모두 모여
깊은 멧골 산장의 지붕 아래 다락방을 즐겼다.

평화가 거기 있었다.



저녁밥상: 콩밥과 달래된장, 갓김치 더덕무침 옻순 개두릅 숙주나물 장조림 떡볶이 파전 달걀후라이,

그리고 후식으로 낸 약과와 곶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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