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2.나무날. 맑음

조회 수 51 추천 수 0 2024.06.19 01:21:35


삼거리밭 둘레는 예취기가 돌아갔다.

5월에 있을 바깥 수업 둘을 가을학기로 밀었다.


지난 2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의료사태로

그 중앙에 전공의로 있는 식구도 있어 아침저녁 뉴스를 챙기게 된다.

오늘은 그가 한 인터뷰 기사가 내내 신경 쓰였다.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화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앞은 인터뷰를 한 자체에 대한 비난, 뒤는 단지 그가 의사이기 때문이었다.

이즈음에 든 생각은, 전공의들이 오만하다.

사직서를 던지고 그렇게 엎드려만 있으면,

자기들 뜻대로만  관철될  같으면... 그런 어거지가 어딨겠는가

어떻게 내 것만 얻으려 하는가.

 역시 그들 편에 서고 싶지 않아진다

저들이 저들의 무덤을 스스로 파고 있다는 생각도.

 속에서 뭔가 계속 발언하는 쪽을 택한 이가 안쓰럽고,

때로는 이 친구도 다른 전공의들처럼 눕는 쪽을 선택했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

언론은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서 어떤 중재자 역할도 못하고 

그저 클릭 수를 높이는 기자 혹은 정권의 나팔수 노릇만 하고 있다.

국민은  의료 개혁으로 발 앞에 무엇이 떨어질지도 모른  의사들만 욕하고 있고.

민주주의에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달날부터 깁스 중.

그찮아도 적잖이 게으름이 많은 사람이 깁스 덕에 더 노골적이다.

아직 통증이 계속되는 까닭도 있고.

덕분에 주중의 밤에

오래 연기를 한, 그리고 의미 있는 사회적 발언도 아끼지 않는 한 배우가 연출한

영화 하나를 다 보다.

많이 기다렸던. 나온 줄 알았지만 굳이 챙겨서까지 볼 만큼은 아니었고.실망스러웠다

멋은 잘 부렸더라.영화로 비로소  사람을 알게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기야 또 그게 다이겠냐만.철학 부재, 공부 부재, 그런 걸 느끼게 되더라.

 글도 다르지 않을 줄 안다.

길은 오직 공부오직 현장이다!


휴가를 내고 나를 돌보던 식구가 오늘 출근을 하고 내일 다시 들어오기로 했다.

혼자 끼니를 챙겼다.

아프면 약을 몸에 들이기 위해서도 먹는 밥이라.

긴 머리를 묶을 수도 없어 산발한 채.다친 이후로 처음 마당을 걷기도 하고,

빨래 건조대에서 하냥 부스럭거리고 있던 빨래도 안으로 들여놓았다.

뭔가 힘을 써야  때는 이내 포기하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근데 병뚜껑을 열어야   두발 사이에 두고 열 수는 있더라.

학교 부엌에도 다녀왔다.

썰어둔 채 작업이 멈춰있던 무를 꺼내 깍두기를 버무렸다.

다행히 많은 양은 아니어 커다란 양푼이 하나로 되었다.

조리대에 양푼을 놓고 배를 대야에 대고 밀어서 벽에 고정하고

오른손을 썼다.

어떻게든 산다.


통증이 심해졌다.

한동안 앓고 있었던 오른쪽 어깨를 잊고 있었는데,

오늘은 그곳의 아픔도 알아차린다.

 손가락만 남은 사람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본 적 있다.

손을 잃고 입으로 붓을 물고 그림을 그리는 이도 있었다.

발가락으로 글을 쓰는 이도 보았다.

그렇게 힘을 쓰자면 특정 근육에 힘을 써야 하고,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쏠려서 근육통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런 시간을  견뎌  그들이다.

위로가 되고 힘도 된다.

마음을 잘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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