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4.흙날. 맑음

조회 수 50 추천 수 0 2024.06.19 01:25:38


내 손을 못 쓰니 남의 손을 기댈 밖에.

창문틀을 닦을 때가 되었던.

입으로 말하고 손으로 가리킨다.

사이집 욕실 쪽창과 부엌 창문의 문틈이 그렇게 청소가 되었다.

4월 빈들로 사람들이 묵어가고 방마다 나왔던 이불들이

빨리다 멈춰 있었다.

2차 이불 빨래수건 빨래.

햇발동과 창고동 사이 꽃밭의 풀을 뽑아야지 했더랬다.

다른 손들이 하고, 약한 풀은 내 한 손도 거들고.


역사의 오래 전 인물들이 나와 현재를 깨우치는 일이 흔하다.

다산은 퍽 자주 불려나오는 단골이다.

어느 분야라고 그의 이야기가 없을까.

모두가 각자의 전장에서 힘들게 싸우고 있으니

비록 타인에게서 지옥을 마주할지라도 그에게 친절을 베풀어라’,

사람을 만나는 가장 어른스러운 태도는 사람에 대해 미리 실망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알게 모르게 수없이 많은 용서를 받았으니

타인에게도 관대하라’,

그것들도 그의 문장이었더랬다.

두루 살피고 결을 고르는 당신의 태도를 짐작한다.

 

식구들과 다산의 인간관계를 말하던 끝에 나온 이야기는 이것이었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현륭원 식목 사업을 마무리 지으며 논공행상을 하려

7년 동안 인근 8개 고을에서 심은 나무가 몇 그루며

어느 고을에서 가장 많이 심었는가 물었다.

관련 공문이 소가 끄는 수레 하나에 차고 넘쳤는데,

다산에게 책 한 권 분량이 넘치지 않게 정리를 해오라 하였다.

공문을 고을별로 분류하니 여덟 덩어리,

고을별로 빈 도표에 세로칸 날짜, 가로칸에 나무 종류 기록,

1년 단위로 집계, 여덟 장이 되었다.

다시 한 장의 종이에 세로 칸 연도, 가로칸 고을 이름.

앞서 만든 집계표를 연도별 고을별로 옮겨 적으니

한 장의 표로 정리가 되었더라.

그것은 단순히 한 장으로 작성된 표가 아니라

그간의 일을 알게 해주는 데이터,

조선시대에 한 스프레드 시트, 엑셀 작업!

(물론 단순작업은 모두 아전들을 시켜 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런 정보는 그것의 뛰어남에 대한 감탄도 감탄이지만

결국 내게 남기는 걸 생각해보게 된다.데이터와 문서를 구분하고 목적에 맞게 분리해야겠네,

그러니까 데이터를 데이터답게, 분석에 적합하게 만들어야겠구나,

분석을 위한 기본 데이터는 리스트 형태로 해야겠구나, 그런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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