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10.쇠날. 오후 흐림

조회 수 25 추천 수 0 2024.06.22 03:57:45


깁스로 팔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학기 가운데 하는 상담 일정들이들이 6월 혹은 다른 때로 밀고,

그래도 들일은 사람 속도를 따르는 게 아니니

감자밭 마늘밭 풀을 매고.

 

대처 식구가 들어와 깁스한 팔 대신 움직여준다.

기거하는 공간에 청소기가 돌아가고,

비로소 몸도 좀 씻고,

제 빨래도 하고,

던져둔 채 버려진 공간 같던 책상도 정리하고.

내일 정형외과 들리면서 그 걸음으로 도시로 좀 나가 있기로 한다.

환자가 지내기엔 쉽지 않은 멧골.

해서 한동안 비울 것이라 더욱 꼼꼼하게 청소하는.

길을 나설 때면 그리 한다.

다시 돌아왔을 때도 좋지만,

이 집을 나서 내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일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도서관에서 한 가방 빌어다둔 책 가운데

한 젊은 작가의 책 하나에서 본 문장 ,

자기가 초라해 보일 때 괜히 엄마를 미워해 보는 것은딸들이 자주 하는   하나였다.’

 삶에는 엄마가 있었던 시간이 많지 않아서인지

그런 생각이 익숙치는 않았는데

자식들이 그럴  있겠구나, 새삼 생각해 보다.

나도 자식을 낳고 키웠다.

부모라서, 부모란 이름만으로 부모는 죄가 크다...

자식을 키우는  영원한 짝사랑이라고 하던가.


몇 해 누드모델을 했다는 한 청년의 기록을 본다. 집중해서 잘 읽은 글은 아니었다만.

깁스에 갇힌 팔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쓰기는 물론이고 읽기도 자꾸 거끌거리는 거라.

그는 일터에 일찍 도착해 일할  배경으로 틀어 놓을 음악을 선곡해두었는데,

맨 몸을 우습거나 좋아하게 만들지 않는 소리들을 구별하게 되었다지.

사랑하는 남들에게서 발견한 자신만 알기 아까운 이야기들을  전하고 싶었다는 그는

그러려면 잘 묻고  들어야 했고,

그리하여 풍성한 질문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한다.

잘 쓰는 사람은 잘 듣는 사람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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