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14.불날. 맑음

조회 수 12 추천 수 0 2024.07.01 00:21:15


* 이 기록은 여러 날 시간이 흐른 뒤 썼다.

참담한 마음 때문에도,

깁스로 팔을 쓰지 못해서도,

단순히 팔을 기능하지 못해서라기보다 다리 힘이 다 풀려 누워 보냈더랬다.

어떻게 이 시간을 건널 수 있었는가에 대한 적바림이고,

그래서 그대에게 보낸다.


내 손을 쓰지 못하니 곁에서들 내 손 몫까지 한다.

뭘 돕지 못해도 내가 온전히 사는 게 다른 이를 위한.

학교아저씨가 달골까지 올라와

어제는 창고동 뒤란 축대의 풀을 뽑고,

이어 오늘은 햇발동 뒤란축대와 바위축대 사이 풀을 치웠다.

다음 달은 몰라도 일단 5월 한 달의 모든 교육 일정은 멈춰 있다.

 

사람살이 무슨 일인들 없겠는가.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라도 여러 일을 겪는다.

사람 때문에 기쁘지만 사람 때문에 또 좌절하는.

어떤 일이 벌어지면 사실을 잘 따져볼 것,

각 당사자의 처지에서도 다 바라볼 것.

대개 사실과 달리 그것을 바라보는 자신의 태도가 담기게 된다.

자기 처지에 따라 해석하게 되는.

어제 여러 청년이 얽힌 하나의 사건을 만났고,

그 사실이 내 안에 닿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매우 슬픈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대단히 기쁜 일도 그렇듯.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싶다가

우리 모두에게 

어느  때의 좋은 기억이 쌓인 시간과 공간을 망가뜨렸다는 생각에 노엽다가

또한 아프다가

이이도 저이도 가여워 울다가

물꼬를 계속 해나갈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면서 까마득하다가

스무  넘은 것들이니 저들이 알아서 어디로든 닿겠지 하다가

그 인연이 지어진 물꼬 공간이라 책임은 다시 내게로 왔다가...

 

같은 물꼬 인연이어도 물꼬에서 느끼는 정서적거리가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

아이로 시작해 어른들이 둘도 없는 친구가 되기도 하고

끈끈한 자매애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어떤 품앗이는 그저 품앗이  사람이기보다

만약 여럿 가운데 사람을 골라야 하는 문제라면 

자식보다 그를 고를 만큼 각별히 아끼는 이도 있다.

그들이 없는 물꼬가 상상이 되지 않을 만큼.

 

한쪽이 아주 큰 화를 입었는가 해서 걱정 컸다가

그래도 학교도 가고 친구도 만나며 일상을 무사히 지내고 있어 고마웠다.

어쩌면 큰일이고, 또 어쩌면 그리 큰일이 아닐 수도 있고,

지금은 큰일이나 시간이 지나 보면 또 달리 보일 수도 있고,

어쨌든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어딘가 닿을 테다.

세월만큼 큰 힘을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그런데!

아프지 않았다면 나는 이 사건이 던진 통증을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뭐랄까 통증이 분산된 느낌이랄까.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생에 내가 무에 그리 잘못했던가,

나만 잘 산다고 될 일이 아니구나,

교사로 또 부모로, 그리고 어른으로 속 시끄러운 일을 겪으며

어제는 죽자 싶다가오늘은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는데,

,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가는구나.

팔이 이리 아프지 않았다면,

온몸이 이리 아프지 않았다면,

그렇게 통증이 나뉘어지지 않았다면

마음이 다 무너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쩌면 좋지 못한 일이 한 번에 닥치는 것은,

결국 사람을 살리는 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대여,

오늘 그대도 그래서 살았을 수.

그러니 살자, 하늘도 살리는 사람살이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6684 2024. 6.12.물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4-07-01 17
6683 2024. 6.11.불날. 맑음 옥영경 2024-07-01 13
6682 [5.27~6.9] 찔레꽃방학 /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옥영경 2024-07-01 13
6681 2024. 5.27.달날. 맑은 바람 옥영경 2024-07-01 14
6680 5월 빈들(5.24~26) 갈무리글 옥영경 2024-07-01 11
6679 5월 빈들 닫는 날, 2024. 5.26.해날. 흐려가는 하늘 옥영경 2024-07-01 11
6678 5월 빈들 이튿날, 2024. 5.25.흙날. 흐림 옥영경 2024-07-01 11
6677 5월 빈들 여는 날, 2024. 5.24.쇠날. 맑다 흐려가는 저녁 옥영경 2024-07-01 11
6676 2024. 5.23.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7-01 11
6675 2024. 5.22.물날. 맑음 옥영경 2024-07-01 12
6674 2024. 5.21.불날. 맑음 /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옥영경 2024-07-01 12
6673 2024. 5.20.달날. 맑음 / 부르다가 망설인다 옥영경 2024-07-01 11
6672 2024. 5.19.해날. 맑음 옥영경 2024-07-01 11
6671 2024. 5.18.흙날. 맑음 옥영경 2024-07-01 12
6670 2024. 5.17.쇠날. 맑음 옥영경 2024-07-01 12
6669 2024. 5.16.나무날. 갬 옥영경 2024-07-01 11
6668 2024. 5.15.물날. 흐리다 비 옥영경 2024-07-01 12
» 2024. 5.14.불날. 맑음 옥영경 2024-07-01 12
6666 2024. 5.13.달날. 맑음 옥영경 2024-06-25 36
6665 2024. 5.12.해날. 맑음 옥영경 2024-06-22 4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