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27.달날. 맑은 바람

조회 수 19 추천 수 0 2024.07.01 01:00:41


찔레꽃 방학 여는 날.

상설학교 시기 봄 학기 3개월을 끝내면서 하던 방학이었다.

어영부영 잊혔다 학기 개념을 다시 잡으면서 꺼낸 낱말.


챗지피티 없으면 요새 교사들 생기부 못 쓴다,

같은 표현을 적어도 10개는 변주해야 하는데...

, 현장에서 정말 그리 쓰임이 많아졌구나.

내가 산골에 묻혀 아직도 연필로 뭔가를 끼적일 때

세상은 그렇게 달려가고 있었다.

세상에 뒤진다는 회한이 아니라

그게 세상과 물꼬, 그 차이의 단면이겠다, 그런 생각.

 

2012년 늦은 겨울 실크로드를 같이 40일 걸었던 실크로드문화연구소 다정샘이

히말라야에 깃들어 학교에서 아이들과 그림을 그려온 지 오래

네팔에서 귀국해 제주에 머물고 았다 소식주시다.

몸도 마음도 고통스런 날들은 안부를 받는 것도 쉽잖다.

같이 소리하는 분들의 소식도,

품앗이샘들의 소식도 닿았고,

올 연어의 날 오지 못하지만 영혼참가하겠다는 인교샘의 인사도 있었다.

구렁텅이에 허우적대는 이를 위에서 끌어올려주려 내민 손들 같았다.

그렇게 사람들은 살아간다. 손을 내밀고 잡으면서.


손이 조금 움직일 만해지자

비로소 책상 앞에서 자판을 두들겨본다.

지난 빈들까지는 물꼬에선 요새에 올려놓고 비행기를 타려고

부지런을 좀 떨어보았다.

집안에 있을 때는 손목보호대를 풀어 놓고 있다.

아무래도 부딪히거나 할 위험이 덜하니까.

계속 손가락을 꼼작거리며 관절을 푼다.

골절된 관절이 문제가 아니라 깁스를 한 동안 굳어진 관절이 더 문제라고들.

어느 순간 자판에 속도가 붙는다.

안 돼, 무리하지  !

 

태국의 청년이 물었다.

이번에 동행하는 일정이 아니면

미얀마 사태나 미얀마 난민들에 대해 잘 알지 못했을 거라고.

그곳에 미얀마 난민촌이 아홉 군데나 있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고,

그들을 도울 생각의 배경이 무어냐고.

책임여행이란 것도 그런 게 아닐까,

우리가 어느 곳을 여행할 때 거대자본이 아닌 지역민들의 공간을 이용하듯

현지에 사는 이들을 위해 여행 경비의 얼마쯤을 내놓는 일.

자기 삶만 건사하는 삶은 시시하지 않나...

물론 자기 삶부터  꾸리는  중요하지.

자기 삶만  꾸려 주어도 얼마나 고마운가.

사회에 대한 대단한 사명감까지 아니더라도

 말고도 다른 존재가 있다는 자각 같은 거랄까.

 많이 벌고 싶다, 내가 원하는 것들을 하게, 가족들에게도 주고. 그러셨던가?

돈이 많으면 좋지.   있는 것도 많고.

그런데  ‘이 무엇이냐가 중요한 거 아닐지.

어떤 삶이 자기의 필요를 충족 하는 삶인가어디까지가 내가  만큼인가?

지성인이라고까지 못해도 배운 것들의 역할, 사회적 혜택을 받은 것에 대한 책무가

우리에게 있지 않을까.

사람의 노릇말이다.

내가 받은  있으면 갚기도 하는 것 아니겠는지.

그쯤의 답이었다.

내가 나라를 어이 구하고, 사람을 어이 구하겠는가.

미얀마인 몇이 그저 잠깐 행운을 받을. 작은 복권쯤?

삶은 그런 행운 하나쯤 있다.

나도 수많은 복권을 받았다.

금세 잊거나 어느새 잊어버리거나 오래 마음에 남아 있거나 

 도움이 되었거나 그저 미세한 도움이었거나 별 도움이 아니었을 수도.

그저 삶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리 해보는 것.


20212월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최근

저항세력은 분란을 극복하고 더욱 단결하고 있고, 군부 세력은 고립 양상이라는 소식.

예컨대 태국 새 정부는 미얀마 군부와 거리를 두고 있다.

태국-미얀마 국경지대 태국 쪽 매솟타운에는

난민캠프출신 수백 명 미얀마 학생들이 공부 중,

내일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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