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이라 이불을 말리기는 더없이 좋은.

빨랫줄에 빈틈없이 이불이 널렸다.

입 아플 말이겠지만 구두목골 작업실 바깥에서 일하기엔 햇살 날카로웠으나

해를 피해서 제 일들을 하였다.

 

블루베리 나무를 둘러본다.

4월 말 팔에 깁스를 하고는 도통 돌보지 못한.

비웠던 시간에도 열매 맺고 익었다.

알이 작았다. 솎아주지도 못해 열매란 열매는 다 가지를 붙잡고 있는.

열여덟 그루의 나무를 솎는데 길어야 두어 시간이면 족했을.

그걸 하지 못해 딸 때도 잔 것들을 따야 하니 시간은 시간대로 걸렸고,

열매는 열매대로 시원찮고.

남은 것들이 자잘한데, 이제 따준다고 그것들이 더 크기도 어려울.

지금은 알이 물들 때.

그래도 무어나 쌓이면 덩어리를 이루는 법.

이 저녁도 시간 반을 땄더니 한 바가지다.

그나저나 이제라도 휘영청 늘어진 가지들을 묶어주어야 하는데...

 

저녁에는 화롯불을 피워 고등어를 구웠다.

따가운 볕이 언제였더냐,

선선한 달골 저녁,

식구들은 햇발동 마당에서 밥을 먹었다.

아직도 내 손은 보호대 안에 있고.

 

 

그대에게.

그대의 고민을 듣는다.

뭘 다 해결할라 그랴?

일단 밀어두고

안 되는 것도 안 된 채로 안고 같이 가보세.

밀어가며 힘을 얻어 보자구.

자신에게 자꾸 일어나는 문제를 붙잡고

그것을 만들었던 시점으로 가 원인을 찾아 없애보려는 노력들을 본다.

당연히 의미 있다.

하지만 가끔은, 뭘 그리 과거를 붙들고 어찌 해보려하는가,

그 문제 자체를 보고, 그러니까 현재에서 나아가면서 그것을 돌볼 수도 있잖을까 싶더라.

문제의 뿌리를 찾아가는 것과 달리

내가 하는, 물꼬에서 하는 치유의 방식 하나는 그러하다.

그 원인 찾는 걸 아주 버리자는 건 아니고.

현재에서 마음의 근육이 붙으면 과거를 바라보는 것도 일정정도 대면할 용기가 되잖을지.

결국 지금을 견실하게 사는 게 매우 중요할!

 

또 다른 그대의 문자를 읽는다.

잘 돌아보겠다 한다.

뭘 자꾸 돌아볼라 그랴?

괜찮아. 얼마나 더 좋아질려고? 지금도 그대는 충분한 사람일세.

성찰이 의미 없다는 말은 당연히 아니다.

그저 때로 지나치게 반성하는 우리가 아닌가 싶어서.

그대의 지금도 빛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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