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 2.달날. 맑음

조회 수 1203 추천 수 0 2006.10.10 13:09:00
2006.10. 2.달날. 맑음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정토와 천국을 만드는 기숙사이기도 하지만
모든 소리가 사라진 기숙사도 평화입니다.

아이들과 있으면 잠이 젤 모자라게 되지요.
베란다문은 잘 닫혔나 방 온도는 어떠나 아이들 잠든 방을 둘러보고 나온 뒤에도
기침 소리에도 건너가 보게 되고
화장실에 가는 기척에도 이름을 부르고
베개를 들고 꼭두새벽에 건너오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때 아니게 일어나 부산을 떨어 늦게 잔 곤한 잠을 깨게도 하고
어떤 날 아침은 문을 열다 문 앞에 앉았는 녀석 때문에
자폐아를 발견한 것 같아 멈칫 놀라기도 하고
벌컥벌컥 단지 샘이 있나 확인할라 그랬다며 문을 여는 녀석이 다 있고...
무엇보다 어려운 마음은
일상공간과 배움의 공간이 같이 있으니
생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적 잔소리 정도는
다른 이가 해주었으면 참말 좋겠습디다.
그렇지만 온 하루를 아이들을 다 들여다볼 수 있어 기쁨이 더 크고
아침마다 창고동에서 하는 ‘해건지기’의 감동이 크고
쇠날 햇발동에서 먹는 아침의 즐거움이 크고
마을로 오르내리는 길이 준 아름다운 풍경이 소중했지요.

허나 아이들 소리가 없는 달골의 고요,
더 정확하게는 다른 존재에게 귀를 기울여야하는 시간으로부터 놓여난 안도가
또한 큼을 고백합니다.
“그래도 방학이 있으니까...”
숨쉬기조차 힘들다 싶다가도
방학이 숨통이라던 교사들의 한숨을 꼭 뭐라 흉볼 것도 아니다 싶데요.
물꼬야 그때는 계절학교를 하지만
그래도 짬짬이 이런 시간들이 쉼이 돼주네요.

이렇게 기숙사도 학교도 고단함을 좀 털고 나면
아이들과 더 신명날 수 있을 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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