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이미 아시겠지만 / 시카고에서

조회 수 1036 추천 수 0 2006.07.02 12:59:00
* 다른 곳에 썼던 글을 옮겨 놓습니다.


< 한미 FTA 찬성, 그거 알고 했던 것일까? >


“여보, 그래 한미 FTA는 어찌 되고 있대?”
“잘 모르겠네.”
축구광이 있는 여느 집처럼 우리 집 역시도 월드컵에 정신없는 날들이지요. 한국의 16강 8강 진출도 중대한 이슈겠으나 축구팬들에겐 우승컵이 결정될 때까지 뜨거운 6월이 이어질 것입니다. 그 사이 실제 우리 삶을 둘러싼 중대한 문제들이 까마득한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 반성들도 하지요.

“그렇게 무관심해도 돼?”
남편이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다고는 하나 한국이라는 현장을 벗어나 있는데다 공부하고 있는 노동시장이라는 영역이 이곳 학문적 풍토에서 학문적동지가 부재하고, 또 이곳의 학문적 틀거리가 많이 달라 ‘학문’을 업으로 하는 이로서 다소 느슨해진 측면도 있음을 이해하면서도 퉁퉁거려봅니다.
“이렇게 강 건너 불인 양 할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그래 하는 얘기들이 뭐야?”
“무역의 부분 포기가 아니라 결국 전면적 포기가 아니냐고들 하던데...”
“그러면? 정부 관료들이 다 바보라는 얘기야?”

FTA(Free Trade Agreement), 국가간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모든 무역 장벽을 제거시키는 협정이지요. 관세철폐 등을 통해 서로 자유롭게 무역을 하자는 겁니다. 내 걸 많이 팔라면 넘들 것도 사주고 그러자는 거겠지요.

한-미 FTA 본 협상을 시작한 6월 5일 전후로부터 오늘(6월 18일)까지 뉴욕타임즈 인터넷판을 샅샅이 뒤적거려 관련 자료를 찾아봅니다. 인터넷에 서툴고, 영어 역시 서툴더라도 도대체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언론들은 어떨까요? 겨우 몇 줄을 찾았을 뿐입니다. 국가적 이익이 거대하게 걸린 일이니까 각 정당 홈페이지는 어떨까, 하지만 진보적인 한 정당에서만 관련 정책 자료집을 볼 수 있었을 뿐, 특히 목소리 큰 두 정당에선 자료실을 아무리 기웃거려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 5월 29일 한국을 떠나올 무렵, 귀농 한 이들뿐 아니라 귀농할 이웃들이 머리 맞대고 걱정하는 걸 보고 왔습니다. 하지만 5월 19일 국회에 제출된 협상문 초안 28쪽 가운데 겨우 공개된 4쪽에 불과한 정보만으로 어떤 행동지침을 마련하기엔 우리가 아는 게 너무 없었지요. 나름대로 지금 이 시대 삶의 방식에 저항하는 형태로 의식 있게 귀농을 선택한 이들일지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겁니다, 그저 상황을 주시하자라는 것 밖에는.

그 즈음 저는 교사일을 접고 귀농을 한 선배의 우울한 글 하나를 받았더랬지요.
“일방적인 결정 뒤에는 최소한의 사회적 연대감마저 잃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각자는 이제 자신에게 떨어진 불똥 앞에서 계산기를 눌러대겠지. 그러면서 너나없이 고개는 계산기를 향한 채 눈알을 양 옆으로 굴리며 일방적인 결정 앞에서 저항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향해 강한 공격성향을 보일 테다. 이상하게도 우리는(한국사회는) 늘 그렇게 산다. 나도 다르지 않게 그 속에 있겠지. 나는, 그것이, 지독하게 슬프다.” 

한미 FTA라면 이미 2004년 국민 대다수가 찬성한 일입니다, 전경련조사가 87%, 무역협회조사에서 75% 한국갤럽조사가 80%로. 그런데 무역개방을 의미하는 것이라고만 알고 있었다는데 그 문제가 있겠지요. 경제발전이냐 도태냐고 묻는 질문에 어느 바보가 도태를 결정했겠는지요. 개방만이 살길이라는데... 협상이 진행 중인 이때 이제 ‘어떻게’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입니다. 개방전략 말입니다. 거기다 그것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충분히 알리는 것도 더해져야겠지요.

한-칠레 FTA 협상기간이 3년인데 왜 한미는 11개월 만에 하겠다는 걸까요? 2006년 현재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는 16개국, 대부분의 나라들도 경제적 가치보다는 정치 외교 군사 안보적 가치가 더 큰 나라들이라 합니다. 스위스와 아랍에미레이트는 미국의 지나친 편파협상에 중단을 선언하기까지 했고, 한일 FTA는 15년 넘게 추진되다 결국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겨우 가닥을 잡는다면 현 경제관료들이 시장주의자들이니까 그들 역시 한국경제의 위기를 돌파하고자 하는 길로 한미 FTA를 계기로 삼자는 것일 텐데, 그렇더라도 왜 그리 서둘러야 하는 것일까요? 그것도 이미 알려진 대로 미국의 4대 요구(의약품, 스크린쿼터, 쇠고기와 자동차에 대한 요구)를 정부가 주도해서 내주기까지 하면서 협상을 해야 했던 걸까요?

그들은 계속 주장합니다. 한미 FTA를 하지 않으면 경제적 타격을 입는다, 그래서 전체를 위해서 부분을 포기하는 거다,라고. 그런데 결국 전체에 대한 포기이고 망하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미는 전문가들이 차츰 늘고 있습니다. 자동차, 가전제품, 섬유관련 대기업들이야 이익을 본다지만, 농민은? 서비스 분야는? 대규모로 발생한 농업실직자는 도대체 어떻게 감당해내려는지요?

몇 해 전 이라크전이 일어났을 때,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전쟁반대를 외치는 대열에 서 있었습니다. 그때 제 삶의 현장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그때는 범사회적 이슈가 되기라도 했지만 관련기사 하나 찾을 수 있는 이 미국 한 복판에서, 다만 깊이 우울한 오늘입니다.
“NBC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닐지 몰라.”

다시 이 미국의 거대 도시에서 정녕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내 미래가 다른 나라의 협상 테이블 위에서 결정되는 거야 어디 하루 이틀 경험한 일일까만, 한미 FTA는 더 심각하게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이 직결된 문제이고 그래서 그 약자인, 산골 논밭이 삶터인 가난한 아줌마는, 내 미래에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는지 더 알고자 합니다.

그래서 우선 ‘시간을 벌자’는데 손을 듭니다, 정부의 장밋빛 환상과는 다른 냉정한 ‘사후효과’에 대해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되기를 바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미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IMF 직전까지 걱정 말라던 정부를 기억하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바뿌답니다.

(2006년 6월 18일 해날, 빗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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