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2.11.해날. 맑음

조회 수 1266 추천 수 0 2007.02.12 09:44:00

2007. 2.11.해날. 맑음


‘이레 비우기’를 끝내고 회복식에 들어간 첫날 아침입니다.
비우는 일도 복되고 채우는 일 또한 그러합니다.

아침을 들고 젊은 할아버지와 류옥하다는
진돗개 장순이랑 산책을 나갔습니다.
언제 저 녀석을 데리고 나가야지,
늘 묶여있는 걸 보면 마음이 짠했는데
마음들이 매한가지지요.
단식을 하면서도 밥상을 차리는 걸 고마워하시던 삼촌(젊은할아버지)은
제 얼굴에 곤한기가 드러났던지
빨래를 돌려주고 널기도 해주셨습니다.
단식 동안 화기를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얘기를 들으시고
학교가 바쁜 때도 아닌데 저녁마다 아궁이에 불도 댕겨주셨답니다.
날마다 고마운 분이십니다.

때를 맞춰 온 이는 참 반갑습니다.
산골에서 나눌 게 없으니 시장으로 찾아온 손님이 최고지요.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놓으면 되니까요.
누룽지라도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되는대로 나눠먹고 혹여 모자라면 그 사이 서둘러 냄비밥이라도 하고
떡국떡이라도 얼려둔 게 있으면 끓여내거나
국수가락이라도 초고추장에 비벼내면 될 테지요.
그리고 묻혀있는 든든한 김장독이면 반찬 걱정이 무에 있을라구요.
고자리에 귀농해 사는 이영건님,
표고버섯을 기다리며 소를 치는 이철수님,
그리고 막 귀촌(아직 농사를 시작하지는 않은)한 둔전리의 이성안님이 오셨습니다.
달랑 두 식구(저는 미음을 먹고 있고) 밥상을 차리다가
누룽지를 더 끓여내고
김치를 듬뿍 넣고 말린 가자미를 졸이고
묻혀있던 무를 꺼내와 전을 부쳐냈습니다.
어찌나 달게들 드시던지...
이영건님이야 이래저래 인사를 했던 터고
재작년에 들어온 이철수님은 지금은 소 친다고 고자리에 가 있다 하나
집은 대해리 흘목이라 하니 인사가 늦은 셈이지요.
이영건님은 역시 아이들 교육 문제로 찾아온 길이랍니다,
큰 애가 이제 여섯 살인데.
“여, 들어와 살면 다 된 거지요.”
참삶을 아는 어른들이 있고, 둘러친 자연이 있는데,
아이 교육을 왜 걱정하냐 되물었지요.
“이렇게 한가한 거 처음 보는데,
이참에 고자리로 한 번 들리시지요.”
그렇게 고자리와 둔전리를 다녀왔지요.
좋은 이웃들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545 2월 14일 달날, 흐림 옥영경 2005-02-16 1260
1544 2007. 4.19.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7-04-27 1260
1543 2007. 9.17.달날. 갠 하늘이 다시 차차 흐림 옥영경 2007-10-01 1260
1542 2007.11. 4.해날. 맑은 날 옥영경 2007-11-13 1260
1541 2008. 3. 5.물날. 맑음 옥영경 2008-03-23 1260
1540 2008. 6.20.쇠날. 비 옥영경 2008-07-06 1260
1539 2011. 4. 8.쇠날. 맑음 옥영경 2011-04-18 1260
1538 2011.12. 6.불날. 싸락눈 내린 아침 옥영경 2011-12-20 1260
1537 2006.3.6.달날. 화사한 / "첫걸음 예(禮)" 옥영경 2006-03-07 1261
1536 2006.8.27-30.해-나무날 옥영경 2006-09-14 1261
1535 2006학년도 ‘6-7월 공동체살이’ 아이들 움직임 옥영경 2006-09-15 1261
1534 2008. 3.30.해날. 비 옥영경 2008-04-12 1261
1533 2008. 7. 4.쇠날. 맑음, 무지 더울세 옥영경 2008-07-21 1261
1532 2011.10. 9.해날. 스모그? 옥영경 2011-10-18 1261
1531 3월 15일 불날 흐리다 오후 한 때 비 옥영경 2005-03-17 1262
1530 5월 20일 쇠날 맑음 옥영경 2005-05-22 1262
1529 2005.11.22.불날.맑음 / 과일과 곡식, 꽃밭이 만발할 것이요 옥영경 2005-11-24 1262
1528 2006. 9.29.쇠날. 맑음 옥영경 2006-10-02 1262
1527 2007. 1.14.해날. 맑음 옥영경 2007-01-19 1262
1526 2008. 5.21.물날. 맑음 옥영경 2008-06-01 126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