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무궁화꽃
흘러간 가요 속에 들어 있는 꽃 중의 꽃 무궁화꽃,
국경일과 행사장에서 애국가 부를 때나 기억되는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잘난 사람
현역시인100인이 노래한 <꽃시집>(1993년)에는
단 한 편의 무궁화꽃이 없다는 건 무엇을 뜻 하는가
버림받은 걸까, 첫사랑처럼 까마득히 잊은 걸까
무덥고 긴긴 여름날 팔자 좋은 시인들
산과 바다로 해외로 떠나고 떠나다 보니
초록 잎사귀에 가려진 꽃송이가 좀체 보이지 않는 건지
오직 걸출한 애국지사의 눈에만 보이는 건지
일제식민지시대 단재신채호 선생이 남긴 보석 같은
한권의 시집(박정규 엮음) 속에서는
‘무궁화의 노래’ ‘무궁화’ ‘무궁화 애가’ 3편이 있건만
오늘 56명 시인의 <꽃시그림집>(2006년)에도
단 한 편의 무궁화꽃을 노래한 시인이 없음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천대하는 건지, 깜박 잊은 건지
유독 시인의 눈에 무궁화꽃만 보이지 않는 것은
그의 눈이 들보로 가려져 있다는 증거 아닐까
아무리 무궁화꽃이 예쁘지 않고 장미와 들국화처럼
향기가 없더라도 관심을 갖고 다가서 보면
마음의 눈에 신비롭게 포착 되지 않을까
시인은 오로지 꿀벌처럼 시를 찾아 골몰하다 보니
나라꽃 무궁화와 민주경찰 계급을 상징하는 꽃과 잎을
생각해 볼 기회를 늘 놓치고 살아온 것은 아닐까
삼천리 화려강산의 관공서나 학교 공원 공장 울타리를
무궁화꽃 울타리로 하면 도둑도 꽃을 감상할 수 있으련만
철망과 담장으로 시야를 가리고 가슴을 짓누르다니
이 땅의 시인들이 먼저 애정으로 포옹해 주지 않는데
어찌 보통사람들이 무궁화꽃 보며 감흥을 일으킬까
윤회사상에 인간은 죽으면 축생이나 식물로 환생한다는데
나는 죽어서도 한그루 무궁화꽃으로 피어나고 싶다
이주형샘,
늘 혀를 내두릅니다,
이곳 저곳 어찌나 바지런하신지...
이른 새벽에 나셔셔서 언제 글은 또 쓰신다요, 그래.
흙날 서울 계신다 들었습니다.
아쉽습니다.
다른 날이래도 기쁨 매한가지겠으나
이왕이면 그런 잔칫날 걸음 하심 더 좋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