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3.25.해날. 맑음

조회 수 1250 추천 수 0 2007.04.09 00:07:00

2007. 3.25.해날. 맑음


국선도 청년회모임에서 농활을 온다 했더랬습니다.
학교 큰마당 가장자리에 종균을 넣은 뒤 한 해 동안 쌓여있던 표고목을
오늘 지어놓은 표고장하우스로 옮기겠다 별렀지요.
폐가 될까 도시락까지 싸들고 온다던 그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편에서 일이 생겨버렸네요.
다른 날을 기약합니다.

아이들이야 주중이고 주말이고가 없습니다.
학교는 늘 놀이터이지요.
“뭐하는 거야?”
종훈이가 홀로 배움방에서 크레파스를 늘여놓고
커다란 도화지 앞에 있었습니다.
"하다형이 하라 그랬어요."
못다 그렸던 속틀을 마저 그리고 있었던 겁니다.
아이들이 사는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 만한 즐거움이 또 어디 있을라구요.

저녁 7시, 경건의 시간이자 깊은 명상의 시간인 ‘호숫가나무’가 있었고
이어서 마을식구가 다 모이는 ‘두레상’이 있었습니다.
따스한 노래들을 부르고
그간의 생활을 돌아보며 ‘거울보기’도 하고
‘감사와 불평의 시간’(아직 이름을 붙이지 못했지만)도 있었네요.
불평의 시간은 짜증이나 화를 발산하는 자리가 아니라
내가 그런 생각을 했구나,
내 생각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한편, 네가 그런 생각을 했구나 하고 타인의 생각을 보는 시간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바라보는데 시간이 걸릴 테지요.
째째하고 쪼잔하고 쫀쫀한 서로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깊은 성찰을 자아내는 시간이기를 기대합니다.
“이 공간에 감사해요. 단지 두 명을 위해 샘들이 애쓰는 것 보면 참 고마워요.
어떻게 이런 걸 누릴 수 있을까, 이런 곳이 만들어지기까지 애쓰셨을 시간이 고맙고...”
감사는 또 감사를 낳지요.
호숫가 나무에서 왜 백배서원 절을 해야 하는지 아직 모르겠다는 이도 있는 반면
넘쳐나는 감사함을 전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 편차들이 심하나 이런 시작이 즐겁습니다.
우리는 영적훈련을 통해 잘 성장할 테니까요.
다가오는 학교 세 돌잔치를 어찌 할까 의논도 하였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246 2011.11.10.나무날. 흐림 옥영경 2011-11-23 1301
1245 2012.12. 3.달날. 푹하다 바람과 비 흩뿌리는 오후 옥영경 2012-12-17 1301
1244 2005.11.23.물날.맑음 / 교육이 서 있는 지점 옥영경 2005-11-25 1302
1243 2005.12.15.나무날.눈 쌓인 맑은 아침 / 생겨 먹길 그리 생겨 먹었다? 옥영경 2005-12-17 1302
1242 9월 25일 흙날 맑되 어스름에는 흐려진 옥영경 2004-09-28 1303
1241 7월 27일 물날 꺾이지 않는 더위 옥영경 2005-08-01 1303
1240 2006.9.4.달날. 가라앉은 맑음 / 가을학기 첫날 옥영경 2006-09-15 1303
1239 2007. 5.28.달날. 맑음 옥영경 2007-06-15 1303
1238 2008. 4. 5.흙날. 맑음 옥영경 2008-04-20 1303
1237 2008.11.29.흙날. 눈 펑펑 / 김장 이틀째 옥영경 2008-12-21 1303
1236 2011. 6.12.해날. 황사인가 / 단식 7일째 옥영경 2011-06-18 1303
1235 2011. 7. 7.나무날. 아침 비 옥영경 2011-07-18 1303
1234 12월 22일 물날 흐림 옥영경 2005-01-02 1304
1233 2006.4.14.쇠날. 맑음 옥영경 2006-04-15 1304
1232 2006.4.19.물날. 비바람 옥영경 2006-04-21 1304
1231 2011. 6.29.물날. 볕 쨍쨍 옥영경 2011-07-11 1304
1230 2006.5.11.나무날. 흐림 옥영경 2006-05-13 1305
1229 2008. 5.29.나무날. 갬 옥영경 2008-06-09 1305
1228 2008. 7.17.나무날. 더위 옥영경 2008-07-27 1305
1227 2008. 7.21.달날. 갬 옥영경 2008-07-30 130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