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달아서...

조회 수 1202 추천 수 0 2007.04.26 16:32:00
그렇구나...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이유가 그거였구나...
술이 달아서, 사람이 달아서.
승아 씨 글을 읽고 혼자 생각했어요.
떠나올 길 먼데도 샘들 얼굴 보고싶어 미적거리고
물꼬 운동장 한번 더 밟고싶어 미적거리고
집에 가기 싫다는 애들 핑계로 또 몇 걸음...
그렇게 돌아온 길인데요,
밥도 술도 달게 먹고 잠도 달게 자고 고맙게 머물다 온 길인데요,
반가웠습니다, 쓰려니 허전하고
고마웠습니다, 쓰려니 모자라고
즐거웠습니다, 하려니 아이구, 그날 뒷풀이가 좀 쑥스러워야 말이지요.
그런데 승아 샘 글을 읽고, 상범샘 글을 읽고
달게 마신 술과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자로서의 연대의식에 고무되어^^
꼭 인사를 드리리라 했지요.
(혹, 저희가 물러가고 나서도 또다른 자리를 벌이신건 아닌지...)
실은 뒷풀이 여파로 지금도 잇몸이 부어올라 있어요.
더 자야 해, 자야 해, 몸을 돌아 눕혀도
동이 튼 문 밖에서 재재거리던 새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기어이 몸을 일으켰는데요.
마루에 놓아두신 물이랑 종이컵에 감동하구요.
서늘한 마당으로 내려섰는데요.
아, 앞산은 푸르고 가랑비는 내리고 집들은 나무처럼 풀처럼 그냥 있고
아침은 오래 전에 준비한 것처럼 이미 산골짝에 와 있고...
뒷풀이랑은 또 다르게 조용한 물꼬를 보았네요.
그리운 것들이랑 목마른 것들 잔칫날 받아 죄 풀어헤쳐놓고 오는
도시놈(촌놈의 반대말)의 단편적인 감상이겠지만요.
왁자하던 자리 마무리하고 물꼬는 다시 산처럼 나무처럼 그렇게 있겠죠?

음...
밥 잘먹었어요. 샘들 만나뵙고 온다고 미적거리다 점심까지 먹고 왔네요.
도움도 못 드리고선...
술도 잘 마셨어요. 포도주 맛나다고 홀짝거리다 엄청 취해버렸지요.
그리고 좋은 사람들... 너무 정겹고 즐거웠어요.
나오는 날 아침 상범샘 옥샘 뵙고싶어 기다렸는데
달골에서 다른 일로 아침 일찍부터 분주하셨단 말 듣고
제 욕심이구나 했어요.
집중해야 할 때와 곳을 어련히 알아서 하시랴 하면서요.
첫자리였는걸요. 이제 겨우.
물꼬가 그리우면 제가 또 가야지요.
손처럼 찾아가 밥상 받았으나 세월이 쌓이면 몸둘 곳이 자연스러워지고
제 몫이나 자리가 만들어지기도 하겠지요.
아이를 꼬옥 껴안아주시던 샘...
그 행복한 풍경 하나로도 저는 물꼬에서 너무 큰 것을 받았는걸요.
이 모든 것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살아가는 힘으로 잘 쓸게요.
부디 건강하고 평안하시길 빕니다.













신상범

2007.04.26 00:00:00
*.155.246.137

2년 내내 영동역에서 만나고 헤어지던 아버님과
언제나 전화로 인사하던 어머님과
마침내 한자리 앉았던 날이었습니다.
혼자 왔을 때와 친구 상헌이랑 함께 왔을 때의 수민이가 달랐듯이
아버님, 어머님, 동생이랑 함께 온 수민이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밌었지요.
나날이 행복하시고,
언제든 오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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