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4.27.쇠날. 맑음

조회 수 1259 추천 수 0 2007.05.14 01:57:00

2007. 4.27.쇠날. 맑음


달골을 관리하는 목수샘이 한옥을 짓는 안동 현장에 나가 있어
류옥하다랑 한 번씩 햇발동에 올라갑니다.
“물 길러가자.”
어제부터 지하수에 문제가 좀 생긴 모양인지 물이 끊겼데요.
개울에 나가 세수를 하고
물을 길어와 욕실에 부었습니다.
날이 찰 때가 아니어 더했겠지만
불룩불룩 오르는 산골 녹음 속(몇 걸음 안 될지라도)을 물 길러 가는 걸음이
이렇게 살고 싶었더랬어,
그렇게 산골 아낙의 즐거움으로 찾아들었지요.

아이들이랑 숲에 들었습니다.
마을길을 거슬러 오르는데,
어미소가 늘어진 하품을 하고 있었고
곁에 있던 송아지는 혼자 겅중거렸습니다.
농작물이라도 해칠까 매어두지 않아도
아직은 어미 곁을 멀리 떨어지지 않을 나이나 봅니다.
그들을 볼 적마다 우리들의 순한 마음을 일깨운다 싶지요.
“아카시아다!”
아이들이 우깁니다.
“잎이 아닌데...”
책을 꼼꼼히 찾아보라 숙제를 줍니다.
산 들머리에 늘어진 황매화는
얼굴이 어찌 그리 복스럽던지요.
이럴 때 ‘한창’이란 낱말을 쓰던가요.
대나무 숲 앞에서는 현호색을 만났습니다.
그 은은함이 배시시 웃는 순박한 촌부의 얼굴을 닮았습니다.
제비꽃도 있었고 조팝나무도 있었지요.
아이들이 이 꽃 저 꽃 꺾어다 머리에 꽂아주었습니다.
그런 빛나는 선물이 또 어디 있을 라구요.
“청미래다!”
청미래덩굴꽃이 피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더덕꽃을 닮았으나 한참을 작고
족도리꽃과 비슷하나 더 더 작습니다.
무덤가 할미꽃도 많아졌지요.
숲을 좀 깊이 들어갑니다.
“취나물이야.”
“알아요.”
어디께부터 취나물이 널려있었고
뜯어다 겉절이로 점심 밥상에 내었더랍니다.
어른들이 고추장을 들고 왔지요.

오후엔 ‘먼지풀풀’을 먼저 합니다.
한 주의 공부를 모두 끝낸 뒤에 하는 일인데
오늘은 좀 공을 들여 어른들도 붙어 했지요.
영어도 하고 손말도 하고 연극도 하기로 한 오후,
외국에서 어린 날의 얼마를 보낸 류옥하다 덕분에
곁에 네이티브를 둔 것처럼 발음을 잘 배울 수도 있었답니다.

참, 단소샘이 다녀가셨습니다.
그에게 대금을 배웠던 적이 있었지요.
쇠날마다 아이들 단소강습을 하기로 했습니다.
꼭 악기를 불기보다
전통음악을 두루 공부하는 시간으로 보내기로 하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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