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5. 1.불날. 비

조회 수 1272 추천 수 0 2007.05.14 02:04:00

2007. 5. 1.불날. 비


봄비

황경식


붕괴는 내부에서 일어난다
물어 뜯겨서가 아니라
흔들림에 의해서
조금씩 금이 가고
개나리, 진달래 그리고
잿빛 할미꽃잎 위에
봄비가 내린다

무너져 내리던 젖은 언덕을
한없이 또 무너져 내리게 하며
아무런 色도 머금지 않은
봄비의 혓 바닥끝에서
충혈 된 붉은 꽃망울과
초록 잎사귀들 울고,
샛노란 망치질하며

병아리 잔등 위에도, 봄비는
잔혹하게 떨어진다
주머니 바깥으로 나와 흔들리는
우리들의 따분한 손목 위에도
핏물처럼 스며 번지는 봄비
우리의 영혼을 천천히 녹이는 봄비
色色의 눈물을 흘리며

담장 너머 빨래들이며
쉴 곳을 잃고 놀란 나비, 망연자실이다
피다 만 백목련, 자목련도 망한다
꿀을 탐할 수 없는 벌들도 풀죽으리라
폭포처럼 일시에 쏟아지는 色이여
푸른 깃발 힘껏 지상으로 휘두르며
불온한 煽動 밤새 꿈꾸는 봄비여



천지가 젖고,
우리는 소소한 하루를 보내며 고기를 먹었습니다.
목수샘이 식구들에게 멕이고프다 실어온 것이지요.
점심엔 소고기구이, 저녁엔 오리주물럭,
하루 두 끼를 그리 먹었습니다.
아이들, 무지 먹습디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485 2023. 8.22.불날. 비 소식 있었으나 / 그대에게 옥영경 2023-08-26 574
1484 2019.10. 4.쇠날. 맑음 / 여민락교향시 초연 옥영경 2019-11-24 574
1483 2019. 9.26.나무날. 흐리다 살짝 해 / 아고라 잔디 옥영경 2019-10-31 574
1482 2023. 8.13.해날. 맑음 /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옥영경 2023-08-15 573
1481 2023. 3.18.흙날. 살짝 퍼진 해 옥영경 2023-04-05 573
1480 2022. 4.19.불날. 맑음 / 물꼬에 처음 왔던 그대에게 옥영경 2022-05-16 573
1479 2020. 3.21.흙날. 맑음 옥영경 2020-05-03 573
1478 2019. 9.22.해날. 비바람 옥영경 2019-10-31 573
1477 2023. 8.21.달날. 오후, 걷힌 하늘 / 그대에게 옥영경 2023-08-22 572
1476 2021 물꼬 연어의 날; Homecoming Day(6.26~27) 갈무리글 옥영경 2021-07-23 572
1475 2019.10.16.물날. 볕 / 우리 모두 나이를 먹는다 옥영경 2019-12-05 572
1474 2023. 8.23.물날. 작달비 / 면회 옥영경 2023-08-26 571
1473 2019.10.15.불날. 잠깐 볕. 흐리고 기온 낮고 바람 불고 옥영경 2019-11-27 571
1472 2023. 8.27.해날. 구름 / ‘멧골 책방·2’ 닫는 날 옥영경 2023-09-03 570
1471 2023. 8.30.물날. 비 옥영경 2023-09-06 569
1470 2021.10.13.물날. 낮 서울 맑음, 밤 대해리 비 옥영경 2021-12-08 569
1469 2019. 9. 5.나무날. 소나기라 할 만치 / 가을학기 여는 날 옥영경 2019-10-16 569
1468 2023.10.10.불날. 맑음 옥영경 2023-10-24 567
1467 2024. 4.11.나무날. 맑음 / 화전놀이 옥영경 2024-04-23 566
1466 2019. 7. 9.불날. 조금 흐리게 시작한 아침 옥영경 2019-08-17 56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