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8-9.흙-해날. 개고 맑았지요

조회 수 1315 추천 수 0 2007.09.25 01:23:00

2007. 9. 8-9.흙-해날. 개고 맑았지요


“나는 호두껍질 속에 갇혀 자신을 무한 공간의 제왕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악몽만 꾸지 않는다면.”(셰익스피어의 <햄릿> 제2막 2장에서)

스티븐 호킹의 <호두껍질 속의 우주>라는 책이 있지요.
일반인을 대상을 썼다지만 결코 쉽지는 않았는데
브레인 세계 이론, 허수 시간 개념, 파인만의 복수의 역사개념,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들을
호킹이 종합한(잘은 모르지만) 얘기쯤 되는 듯합니다.
우주의 역사가 매끄러운 구면이라면 예측가능하고 밋밋할 텐데
호두껍질처럼 울퉁불퉁하므로 인간과 같은 지적인 존재가 탄생했다 뭐 그런.
허수시간의 다양한 역사들이 약간 변형된 구,
그러니까 호두껍질 같은 모양이다, 그런 얘기였지요.

호두나무 많은 이곳입니다.
호두를 털었지요.
장대를 가지고 칩니다.
학교 뒤편, 사택 뒤란, 학교 남새밭, 달골 창고동 앞과 햇발동 곁,
다 털어도 자루 하나를 채우지 못하던 작년이더니
올해는 그 양이 제법입니다.
몇 알 들지도 않아 작년에는 털어낼 생각도 않았던
포도밭 아래와 콩밭 가장자리 것까지 더하니
마당 한 켠이 작은 언덕입니다.
흔한 만큼 호두 팔아 돈을 살 땐 값이 내려가겠지만
거둔다는 건 배부른 일이지요.
두어 차례는 더 털어야잖을까들 합니다.
밤도 주웠습니다.
벌레 먹은 게 더 많지만
반질반질한 밤톨껍질은 말갛게 웃고 있는 아이 같습니다.
그렇게 긴긴 비 끝에도 때가 되니 가을이 옵니다.
반갑습니다.

식당을 하고 있는 물한계곡 가의 뉘댁에서
아이들 먹이라며 복숭아도 보내오셨습니다.
오래 두며 먹겠다고 일일이 씻어 하나씩 랩을 씌운 것들이었지요.
내 집 수확이 아니어도 풍요로운 가을입니다.
고마운 계절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125 2012. 2.29.물날. 맑음 옥영경 2012-03-07 1316
1124 2005.10.5.물날.바깥이 더 따뜻해서 옥영경 2005-10-07 1317
1123 2008. 8.22.쇠날. 밤마다 비오는 날들 옥영경 2008-09-13 1317
1122 10월 몽당계자 갈무리글 옥영경 2009-11-07 1317
1121 146 계자 사흗날, 2011. 8. 9.불날. 종일 비, 산마을에 물소리 꽉 차다 옥영경 2011-08-28 1317
1120 2011 겨울 청소년계자 여는 날, 2011.12.24.흙날. 눈 얇게 쌓인 아침 옥영경 2011-12-29 1317
1119 9월 7일, 물꼬생산공동체 공장 돌다 옥영경 2005-09-19 1318
1118 2005.10.19.물날 흐리다 햇살 퍼지다 / 출판 계획 옥영경 2005-10-21 1318
1117 2006.11.20.달날. 맑음 옥영경 2006-11-22 1318
1116 2008. 3. 9.해날. 오후 조금 흐릿해지는 하늘 옥영경 2008-03-30 1318
1115 2014학년도 겨울, 159 계자(2015.1.4~9) 갈무리글 옥영경 2015-01-14 1318
1114 10월 22일 쇠날 맑음 옥영경 2004-10-28 1319
1113 2006.10.30.달날. 맑음 옥영경 2006-10-31 1319
1112 2006.11.25-26.흙-해날 / ‘찾아가는 하우스예술파티’ 워크샵 옥영경 2006-12-05 1319
1111 117 계자 사흗날, 2007. 1.24.물날. 맑음 2007-01-27 1319
1110 봄날 나흗날, 2008. 5.14.물날. 맑음 옥영경 2008-05-23 1319
1109 2008. 8.18.달날. 비 옥영경 2008-09-11 1319
1108 2009. 1.24.흙날. 눈발 옥영경 2009-02-05 1319
1107 2012. 4. 2.달날. 밤비 / 천산원정길, 잘 다녀왔습니다... 옥영경 2012-04-07 1319
1106 9월 7일 물날 높은 하늘, 덮쳐온 가을 옥영경 2005-09-19 132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