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시간

조회 수 1060 추천 수 0 2009.06.10 15:49:00
얼룩진 세월 무거운 발자욱 옮겨온 그 많은 나날 중에서
물꼬에 머물던 시간만큼 내 마음이 투명하게 일렁이던 순간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헤아려 봅니다.
내면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 있었어요.
물꼬에서 살고 싶어라

겹겹이 둘러싸인 초록의 향연
그 속에 서 있음만으로도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 가슴가득 차오르는데
그 아름다운 풍광 속에 자유학교 물꼬가 있고 옥샘이 있으니
그런 욕심을 내어 볼 만도 하겠지요

친구라 이름하며 나란히 서 있기엔 내가 너무 작지만
그래도 그 이름을 빌어 물꼬를 알고 그곳의 생활을 들여다보며
잠시라도 그 곳에 머물 수 있었음이 그저 고맙기만 하지요

저녁을 준비하는 옥샘 곁에서 서성이는 나는
맛난 음식을 요리하는 엄마 곁에서 양념 심부름하며
왠지모를 행복감에 철없이 조잘대는 어린아이 같았답니다.
텃밭에서 상추를 따고 무공해 농산물로 식탁을 차렸지요
이것도 먹이고 싶고 저것도 먹이고 싶은 친정엄마 마음처럼
자꾸만 더 많은 것들을 맛보이고 싶은 옥샘의 마음이 진수성찬을 차려냈지요

비에 젖은 운동장을 동그랗게 걸었죠
어둠을 마중하듯 하늘을 우러르며
더 넓은 하늘과 마주하고픈 욕심에
자꾸만 고개를 뒤로하고 봅니다.
차가운 밤 이슬이 푸른 세포들을 일으켜 세워놓고
단내나는 녹음을 욕심껏 들이키게 합니다.

저절로 콧노래도 흘러나와요
"풀잎새 따다가 엮었어요 예쁜 꽃송이도 넣었구요~
어느 작은 산골 소년의 슬픈 사랑 얘기~"
환하게 불 밝혀진 창문 너머로 피아노 소리 들렸지요
가만히 들어보니 방금 내가 불렀던 그 노래네요
연주에 몰두한 옥샘 곁에 앉아서
아, 좋아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있는 달 골은
비안개 자욱한 신비의 성
아름다운 동화 한 편이 숨겨져 있을것만 같았어요
복도에 앉아서 도란도란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
또르륵, 또르륵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들었죠

비오는 아침
산책을 포기하고 팔 베고 누워서 온돌의 따스함을 즐겼지요
누워서 바라보는 하늘, 산, 비, 바람
나를 쉬게했던 작은 방이 스스로 벽을 허물고 산속으로 쏘옥 들어갔는지
어느 순간 저절로 나무들 사이에 서 있는 듯해요.

아,시간이 거기서 멈추었으면
푸른 잎 자랑하는 한 그루 나무이고
수줍은 듯 향기로운 한 포기 풀이었으면
아니, 아니, 푸른 잎 아니어도, 고운 향기 아니어도
그들곁에 머물 수 있는 한 줄기 바람만으로도 족하겠네요

모든 감각을 열어놓고 자연의 숨결을 모으고 있었지요.
빗방울들이 나뭇잎 흔들어 깨우는 소리
누워있던 풀잎들 화들짝 놀라는 소리
잎새 뒤에 산딸기 세수하는 소리
바람이 왔다가 다시 돌아나가는 소리

꿈결인 듯 아주 멀리서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
아, 이제 그만 달 골을 내려가야 할 시간입니다

일에 몰두한 옥샘에게 방해가 될까봐 조심스럽게
차 한 잔 마실래요?
이런 날엔 커피가 좋겠죠!
비오는 날의 커피는 마음을 깊고 따뜻한 곳에 두게하죠
종이냄새 물감냄새 가득한 물꼬에서라면 더 더욱 그러하겠죠

앞치마를 두르고 있어도 김치 냄새 대신 묵향이 날 것 같은
옥샘과 함께 한 몇 시간의 영상들이 너무 예뻐서
생각의 타래를 마냥 따라가니 글이 자꾸 길어지네요
오래 두고 곱게 간직할 예쁜 시간 이었어요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지요
내가 만약 20대에 옥샘을 알았더라면
내 삶의 방향이 달라졌을거예요

좋은 사람이 물꼬에 있어
가슴으로 물꼬를 그리워하며 살지요^^

옥영경

2009.06.10 00:00:00
*.155.246.137

사람들이 와서 같이 만드니 예쁠 수 있는 물꼬이겠습니다.
잘 쉬고 가셨다니 좋다마다요.

수행공간에서 같이 하는 아침 해건지기가 참 좋습디다.
사람들이 와서 물꼬에서 나날을 사는 대로
그 흐름을 타고 지내다 가는 게 좋습니다.
물구나무, 그거 아침마다 해보셔요.

“가서 일해요, 설거지랑 뒷정리 내가 할게.”
이곳 살림에 익숙지도 않을 텐데
덜컥 맡겨놓을 수 있어서도 좋았습니다.
나 하나 학교 보내느라고
참 많은 이들이 공을 들여 준다 싶어 달콤했지요.
식구들이 다들 나가 있어 움직일 일 많았는데,
아이랑 편하게 공부도 하고
숙제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그리고 내준 앵두와 차와 비스킷들...
호강을 누린 아침이었네요.
“(이곳에서의 삶) 딱 내가 잘할 수 있는데...”
아이들이 걸려 대전으로 임용을 보겠다던 말이
내내 고개 빼고 밖이 궁금타하던 해바라기 같아
안타까움 한참이더이다.
누구나 자기 십자가가 있다던가요.
계신 곳에서 정녕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해 넘기지 말고 꼭 붙으소.

친정 같다셨나요.
물꼬, 늘 여기 있겠습니다.
또 걸음하셔요.

옥영경

2009.06.13 00:00:00
*.155.246.137


아이한테 무슨 생일이 있답니까...
고맙습니다.
하다는 낼 지 생일에 먹는다고
냉장고 깊숙이 케Ÿ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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