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12.불날. 맑으나

조회 수 1304 추천 수 0 2008.03.07 17:06:00
2008. 2.12.불날. 맑으나


영하권입니다.
바람도 여간 세지 않습니다.
얼어붙은 천지는
마치 흐린 날이기라도 한 양 먹먹합니다.
이런 날은 꼭 ‘금관의 예수’가 떠오르지요.
기독교인이 아니었어도
금관이 아닌 가시면류관을 쓰고 맨발로 누추한 이들 곁에 했던 예수는
혁명을 꿈꾸던 그 시절의 모든 이들의 추앙이었습니다.
같은 제목의 김지하의 희곡 들머리에 나오던 시를
김민기가 곡을 붙였더랬지요.
우리는 얼어붙은(?) 거리에서
어깨 겯고 목이 터져라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과에 노래패 하나쯤은 다 있던 그 시절
과방에서가 아니어도
종로 뒷골목 막걸리집에서, 명동 앞골목 찻집에서
‘가투’란 게 끝나고 상승됐던 분위기가 가라앉고 나면
마지막은 웅얼거리듯 불렀더랍니다.

얼어붙은 저 하늘
얼어붙은 저 벌판
태양도 빛을 잃어
아, 캄캄한 저 가난의 거리
어디서 왔나
얼굴 여윈 사람들
무얼 찾아 헤매이나
저 눈 저 메마른 손길

안되겠다 싶어 달골 달려가 온도 조절을 했지요.
창고동이 휑한 건물이다 보니
보일러가 얼지 않을까 늘 신경이 쓰입니다.
감기가 돌던 겨우내 까닥 없던 산골 아이도
날이 모지니 머리가 지끈거리나 봅니다.
오늘은 식구들이 모다 이른 저녁을 먹고
일찌감치 아랫목으로들 들어갔지요.

공동체식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는 안인경님이
다시 방문하셨습니다.
지낼 집도 둘러보고
서로 눈을 보고 물어야할 것들도 하나 하나 챙겼지요.
“말은 말이지요.”
그러게요,
말은 말이지요.
사는 일은 또 다른 것일 겝니다.
일단 같이 뒹굴어보자 하였지요.
간디의 말을 떠올리며 그를 보냈답니다.
“나는 내 집 사방이 담으로 둘러싸이고 창문들이 닫히는 걸 원치 않는다. 나는 세상의 모든 문화가 내 집으로 최대한 자유로이 들어오길 바란다. 그러나 내가 쓸려 나가는 것은 거부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5364 2007. 9. 1.흙날. 구멍 뚫린 하늘 옥영경 2007-09-23 1257
5363 2007. 9. 1.흙날. 구멍 뚫린 하늘 옥영경 2007-09-23 1325
5362 2007. 9. 2.해날. 흐리다 간간이 비 옥영경 2007-09-23 1162
5361 2007. 9. 3.달날. 흐리다 비 옥영경 2007-09-23 1256
5360 2007. 9. 4.불날. 비 옥영경 2007-09-23 1136
5359 2007. 9. 5.물날. 비 옥영경 2007-09-23 1145
5358 2007. 9. 6.나무날. 비 옥영경 2007-09-23 1287
5357 2007. 9. 7.쇠날. 갰다가 비 / 가지산 1,240m 옥영경 2007-09-23 1451
5356 2007. 9. 8-9.흙-해날. 개고 맑았지요 옥영경 2007-09-25 1321
5355 2007. 9.10.달날. 맑음 옥영경 2007-09-25 1332
5354 2007. 9.11.불날. 맑음 / 널 보내놓고 옥영경 2007-09-25 1478
5353 2007. 9.12.물날. 맑음 옥영경 2007-09-25 1294
5352 2007. 9.13.나무날. 맑음 / 남도에서 온 택배 옥영경 2007-09-25 1310
5351 2007. 9.14.쇠날. 비 / 포도따기 첫날 옥영경 2007-10-01 1454
5350 2007. 9.15.흙날. 비 / 포도따기 이튿날 옥영경 2007-10-01 1395
5349 2007. 9.16.해날. 비 옥영경 2007-10-01 1354
5348 2007. 9.17.달날. 갠 하늘이 다시 차차 흐림 옥영경 2007-10-01 1266
5347 2007. 9.18.불날. 잔 비 옥영경 2007-10-01 1322
5346 2007. 9. 19. 물날. 갬 옥영경 2007-10-05 919
5345 2007. 9. 19. 물날. 갬 옥영경 2007-10-05 90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