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 9.해날. 오후 조금 흐릿해지는 하늘

조회 수 1319 추천 수 0 2008.03.30 20:18:00

2008. 3. 9.해날. 오후 조금 흐릿해지는 하늘


봄맞이 대청소입니다.
학년맞이이기도 하지요.
달골 창고동이며 본관, 고래방에 이어
오랜 숙제이던 부엌 곳간이며 장독대 줄 선 항아리도 다 열어봅니다.
효소를 거르고,
묵은 것을 쏟아내고,
감식초를 거르고,
아, 그런데...
새로 담은 감식초를 걸러내며
슈퍼에서 감식초를 파는데 두 병에 얼마하더라,
그러니 우리 게 얼마의 값어치겠네,
그런 수다를 떠는 순간 불안에 엄습하여 좇아나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찌꺼기를 받쳐놓은 커다란 광주리와 대야가 그만 사라지고 없었지요.
‘아, 아, 아,
종대샘 조옹대애새앰!’
묵은 것들을 거름장으로 보내는 일을 맡겼는데,
맨 앞에 있던 그것부터 학교 뒤란 아래 둔덕으로 실어간 게지요.
“그래 그걸 보면 모르겠데요?”
부엌샘이 한소리를 건넸습니다.
“나는 물이 새니까 대야 위에 받쳐놓은 줄 알았지...”
“아유, 정말...”
“이거라도...”
대야에 남은 것이라곤 겨우 작은 쥬스병에 들어갈 양이 전부였지요.
“그래 그걸 보고도 모르겠더나
놓친 고기가 집채만한 법이지요.
얼마나 잘 담아진 건데...
그리하야 그만 그 맛난 감식초 한 항아리를 그만 날렸답니다.

산청의 간디학교에 지낼 때 6개월 가량이나 분리수거를 맡았던 부엌샘은
이곳에서의 쓰레기 정리를 위해서
짧은 교육이 있었답니다.
쌓인 쓰레기를 죄 쏟아 재분리에 들어갔습니다.
페트병은 페트병끼리, 그밖의 플라스틱(비닐류 포함)은 어떻게 하고...
그러고나니 정말 쓰레기봉투로 들어가는 걸 얼마 안되데요.

아이들도 한 몫하지요.
운동장을 돌며 쓰레기를 줍고
달걀거름을 부수어 간장집 남새밭 부추밭에 뿌리고...

부산한 틈으로
새로 부임한 황간지구대 공현호소장님 인사를 다녀갔습니다.
어디고 늘 사람들이 떠나고 또 옵니다.
자연스러운 일인 줄 알면 보내는 마음도 떠나는 마음도
그리 흔들림이 크지 않을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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