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20.해날. 뿌연 하늘

조회 수 1268 추천 수 0 2008.05.11 07:05:00

2008. 4.20.해날. 뿌연 하늘


아이들도 공연 준비 돌입입니다,
그렇다고 별 걸 할 건 아닙니다만.
서구의 몇 나라를 세 해 동안 돌아다니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꼽으라면 그들의 소박함이라 들겠습니다.
가족모임에서 하던 유치하다싶을 만치의 놀이들을
모두 너무도 즐기던 광경,
그리고 어설프기 짝이 없다고도 말할 수 있는 아이들의 발표회.
유치원이며 초등 학예회에서 고도로 훈련된 공연을 보아왔던 눈으로서는
허점투성이의 장면들이 처음엔 어찌나 어색하던지요.
그런데 날을 더할수록
외려 더 여유로워보여서, 즐거운 축제로 보여서,
더없이 유쾌했더랍니다.
물론 세련된 공연은 그만큼의 실력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할 겝니다.
그런데 보여주기 위해서의 훈련이 아니라
우리도 즐거운 과정이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 합니다.
서송원의 채민이도 와서 판소리를 더했지요.
“좀 도와주셔요!”
오늘쯤엔 그림자극의 개념을 줘야할 것 같아서
어른들이 흰 천과 검은 천을 들고 뒤에서 빛을 쏘아
그림자인형을 보여줍니다.
그림자극 개념 익히기이지요, 해보지 않은 아이도 있어.
짧은 극이고, 아이들 사이에 있었던 일이기도 하여
연습에 그리 시간이 많이 걸리진 않을 겁니다.
“동네도 한 바퀴 돌까?”
아이들은 잔치리플렛을 동네에 돌리기도 하였답니다.

놀이방에 아이들 놀잇감을 치워내고
비닐을 깐 다음 현수막천을 다섯 개 좌악 깔았습니다.
이십여 년 물꼬의 역사 안에서는
현수막도 자체제작이었습니다,
많은 일들이 그러하였지만.
(아, 상설학교 문을 열던 해
밖에서 만든 현수막을 선물로 받기는 하였네요.)
그간엔 재주꾼들이 많으니 직접 손댈 일이 없다가
직접 만지는 건 또 처음입니다.
늘 후배들 차지였더랬지요.
적이 부담이다가 더는 미룰 수 없어 오늘은 붙잡고 늘어졌습니다.
그런데 일이란 게 해보면 또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렴 재주 있는 친구들만큼이야 할까만.
조금 미우면 또 어떻습니까.
이왕이면 다홍치마겠으나
‘꽃은 꽃대로 피고’ 제목처럼
이 글은 이 글대로 제 몫을 갖는 게지요.
류옥하다 선수도 와서 한켠에 꽃을 그려 넣었답니다.

두통이 왔습니다.
잠 부족현상입니다.
한 해 한 차례, 큰 행사이긴 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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