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19.달날. 맑음

조회 수 1295 추천 수 0 2008.05.31 23:44:00

2008. 5.19.달날. 맑음


아이가 다치고,
그 가운데 <대해리의 봄날>을 한 주 동안 치른 뒤라
자꾸 까부룩까부룩 병든 닭 모양 졸음에 겹습니다.
기계적으로 오줌통만 들고 왔다 갔다 하고,
밥을 먹이고 이를 닦이고 약을 먹이고...

그래도 시간은 흐르지요.
밭에는 풀이 무섭게 오르고
논은 모를 낼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 4월 볍씨를 뿌릴 손이 안돼 육모은행에다 모를 주문 해놓고
트렉터로 로터리를 한 번 쳐두었더랬지요.
지난주엔 논에 물을 계속 잡고 있었습니다.
물길이 영 시원찮았지요.
그래서 <대해리의 봄날>에 온 아이들과 그 주 쇠날에 하기로 한 모내기가
한 주 밀리게 되었더랬습니다.

써래질을 하면서도 사연 많았지요.
물을 댄 뒤 흙을 잘게 부수고 논을 평평하게 만드는 일인데
처음 해보는 종대샘이 관리기를 들고 들어갔다
그게 또 빠져버렸네요.
그런데 트렉터로 끌어내려다 그마저 빠져 고장이 나버렸습니다.
연료통을 바꾸고 수리를 하고...

며칠 전부터는 두름을 치고 있다 합니다.
물을 댄 논에 두렁을 정비하는 일이지요.
둑을 튼튼하게 하면서 풀이 쉬 돋지 못하도록
흙을 걷어 올려 바르는 일입니다.
오늘 그 두름 치는 일이 다 끝났답니다.
안에서 논일을 잡고 있는 사람이 없이
종대샘이 안과 밖을 오가며 논농사를 해보겠다는 올해입니다.
원래는 사람 손도 모자라 쌀농사를 놓겠다 했더니
그래도 주식만큼은 우리가 유기농으로 해먹고 살아야지 않냐 하여
되는대로 하기로 했더랬습니다.
하늘에 젤 크게 기대는 거지요.

병원에 있는 아이는 휠체어를 끌고 좀 움직였는데,
그게 또 지나쳐서 상처에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영락없이 또 꼼짝 않고 깁스한 다리를 올리고 있지요.
멀리 뉴욕에서도 전화가 왔습니다.
화염병 뒹굴고 최루탄 난무했던 80년대를 함께 관통해 온 선배는
지금 교환교수로 가 있습니다.
또래 아이가 있어
이제는 같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도 나눌 이야기가 많지요.
“흔들릴 때가 있지.
그러면 자기 길을 꿋꿋이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지.”
그리고 ‘너 뚜벅뚜벅 잘 걸어가고 있어.’, 격려합니다.
그런데 아실지, 그런 저 역시 때로 흔들린다는 걸?
허나 또 걸어가는 거지요, 별 수 없이,
결코 체념으로서가 아니라 씩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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