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26.쇠날. 맑음

조회 수 1400 추천 수 0 2008.12.30 14:59:00

2008.12.26.쇠날. 맑음


“와서 맨날 일만 하네.”
마침 와서 손 더하고 있는
성훈샘과 소정샘이 어찌나 고맙던지요.
내일이면 교사교육이 있는 미리모임이고
모레면 계자 아이들이 들어옵니다.
시간, 참 무섭습니다.
오늘 계자를 위한 갈무리를 다해놓아야 하지요.
장까지 봐둔다면 더할 나위 없구요.
공동체식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일상을 이어오던 일을 하며 계자에서 필요한 것들을 찾아 움직이고
들어와 있던 두 사람은 냉장고 두 대를 청소하기 시작했습니다.
부엌 안에도 바깥에도
문 네 개 달린 커다란 영업용 냉장고가 있지요.
성에부터 제거하고 선반이며를 구석구석 닦아냅니다.
“정말 잘 왔다.”
그 소리를 몇 차례나 했는지 모른답니다.
이렇게 일이 되어가는 걸 보면 참 신기하지요.
때마다 사람들이 나타나 일을 해냅니다,
우렁이 각시들 마냥.
적지 않은 세월을 그리 살아왔지요, 예서.
앞으로도 많은 날들의 이곳 삶이 그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 계자에는 가마솥방을 둘씩 맡습니다.
식구 하나에 밥바라지 하나씩 붙지요.
아무래도 그래야 안정감이 있습디다.
혼자 하기는 만만찮은 일이지요.
지난 번 계자 최고의 공양간지기 정익샘의 수석제자가 된 종대샘이
지난 여름의 마지막 계자에 부엌을 맡아 아쉽다가
올 겨울 재도전을 해보신답니다.
부엌지킴이가 됐지요.
“사람 수가 많으면 주방장의 힘도 중요하더라고...”
부엌을 쓸 사람이 적어도 미리모임이 있는 아침부터는
부엌을 구석구석 익혀야는데
아직 목수가 하여야 할 자잘한 일들이 바깥에 있는지라
부엌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또 다른 식구들이 그 몫을 해주어야지요.
최대한 손이 덜 가도록 다른 사람들이 부엌을 가지런히 했답니다.

저녁, 소정샘이 돌아갑니다.
그 자리로 서울서 기락샘이 들어오네요.
아이랑 장을 보러 나갑니다.
먹는 것만을 위한 게 장이 아니지요.
철물점이며 그릇가게며
이 집 저 집 다녀야 할 데가 많답니다.
“김천으로 안 가?”
“이런 어려운 때일수록 지역에서 장도 보고 해야잖을까?”
“무슨 소리!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세계화야, 세계화...”
지역농산물을 사는 게 아니라면
어차피 공산품으로는 어디나 마찬가지로 봐야한다는 게 아이의 주장이었지요.
그런가요?
어쨌든 눈썰미가 좋은 아이들은 어른들의 삶에 얼마나 큰 도움인지요.
혹여 잊고 있던 것을 아이가 챙기기도 합니다.
인타 치는 집도 들리지요
(깔깔이천 같이 얇은 것을 감침질하는 인타를
다른 말로는 무어라 하는지 모르겠네요.).
아이들 춤명상 시간에 쓸 량이랍니다.

내일이면 올 겨울 첫 계자 미리모임이네요.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함께 하는 어른들을 맞는 일도 설레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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