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7.불날. 맑음

조회 수 1336 추천 수 0 2009.02.06 15:58:00

2009. 1.27.불날. 맑음


눈은 좋습니다, 참 좋습니다.
그러나 사나흘이나 내린 뒤 얼어붙어 있으면
살림이 너른 이 산골은 어려운 일이 한둘이 아니지요.
그런데 날이 푹한 덕에 경사로도 미끄럽진 않습니다.
그것도 아주 푹하지는 않아 고스란히 눈을 유지하며 있답니다.
고맙습니다.

오는 2월에 제자 승아와 정순이가 혼례를 올립니다.
물꼬의 계자 첫 세대이고 새끼일꾼 첫 세대입니다.
‘자유학교를 준비하는 모임 물꼬’ 시절
새로운 학교와 공동체를 꿈꾸던 시간들을 같이 보낸
긴 날들의 친구이기도 합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고
그리고 이제 한 가정을 이룹니다.
고맙습니다.

눈길을 헤치고 소정샘이 갔습니다.
배려가 몸에 익은 친구입니다.
그의 ‘배려’를 보면 겸손과 진심을 담고 있어
편해서 더욱 좋습니다.

산골에서 영화 귀하다고 좋은 영화들을 준비해오기도 하고
설이라고 한과를 가져오기도 했으며
차를 즐기는 곳이라고 찻상받침도 챙겨왔더랬습니다.
나누었던 많은 이야기도 귀했습니다.
허물에 대해 솔직할 때 도리어 사람이 빛나지요.
우리는 우호적이지 못한 한 인간관계에 대해 얘기했는데,
치졸한 줄 알면서 그리하고
유치한 줄 알면서도 그리 되는,
부딪히면 부딪힐수록 그런 모습을 서로 자꾸 끄집어내는,
그래서 때로는 안 되는 관계도 있다는 걸 알게 되고 하는
그 특정 관계를 통해 결국 스스로를 본다 했습니다.
그건 또한 저 역시 가진 한 관계의 모습이기도 했지요.
그런데 그 부정적인 내용을 통해
외려 얘기 나누는 서로는 긍정적인 관계가 됩디다.
고맙습니다.

기락샘도 서울 올라갔습니다.
그 편에 하다도 집안 어른들께 세배드리러 갔네요.
설을 쇤 산골은 다시 고즈넉해졌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618 2019. 9. 7.흙날. 13호 태풍 링링 지나간 옥영경 2019-10-16 627
1617 2019. 8.14.물날. 하늘의 반은 먹구름을 인, 그리고 자정부터 시작하는 비 / 164 계자 부모님들과 통화 중 옥영경 2019-09-19 627
1616 2019. 7.24.물날. 가끔 해 / 깻잎 깻잎 깻잎 옥영경 2019-08-22 627
1615 2020. 4.16.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0-06-15 626
1614 2019.10.10.나무날. 맑음 / 나는 제습제입니다! 옥영경 2019-11-27 626
1613 2019. 5.30.나무날. 아주 조금씩 흐려가다 조용한 밤비 / 너의 고통 옥영경 2019-08-01 626
1612 3월 빈들 닫는 날, 2024. 3.31.해날. 맑음 옥영경 2024-04-18 624
1611 2020. 3.18.물날. 맑음 옥영경 2020-04-13 624
1610 2019. 5.22.물날. 맑음 / 삽질 tip 옥영경 2019-07-24 624
1609 2023.10.17.불날. 맑음 / 의료자원에 대해 생각하다 옥영경 2023-10-29 623
1608 2019. 7.23.불날. 가끔 해 / “삶의 이치가 대견하다.” 옥영경 2019-08-22 623
1607 2019 여름 청계 여는 날, 2019. 7.20. 흙날. 비 옥영경 2019-08-17 623
1606 2019. 6.18.불날. 아주 가끔 무거운 구름 지나는 옥영경 2019-08-07 623
1605 172계자 사흗날, 2023. 8. 8.불날. 소나기, 입추 옥영경 2023-08-10 622
1604 2019 여름 산마을 책방➂ (2019.8.31~9.1) 갈무리글 옥영경 2019-10-12 622
1603 2023. 8.24.나무날. 몇 차례의 소나기 / 대둔산(878m)-동학최후항전지가 거기 있었다 옥영경 2023-08-28 621
1602 2019. 6. 1.흙날. 다소 흐리더니 맑음 옥영경 2019-08-02 621
1601 ‘2022 연어의 날’ 여는 날, 2022.6.25.흙날. 오려다 만 비 옥영경 2022-07-13 620
1600 168계자 여는 날, 2021. 8. 8.해날. 소나기, 풍문처럼 지나다 [1] 옥영경 2021-08-13 620
1599 2023. 8.15.불날. 맑음 / 청소에 대한 기록 하나 옥영경 2023-08-17 61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