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5.나무날. 맑음

조회 수 1275 추천 수 0 2009.02.13 19:45:00

2009. 2. 5.나무날. 맑음


봄이 왔고, 닭이 알을 낳았습니다.
네, 봄입니다.
겨우내 하나도 나오지 않던 알이
어제 오늘 하나씩 나오고 있습니다.
봄은 닭장으로 먼저 옵니다요!

마당 한켠에 오며가며 끌고 왔던 땔나무가
아무렇게나 엉켜있었습니다.
처음 운전한 경운기가 낸 사고가 있던 날의 나무도 있고
마을 뒤쪽 저수지를 다녀오며 끌고 왔던 나무도 있고
밭가에서 베어낸 나무도 있었지요.
소사아저씨가 날마다 조금씩 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기계를 잘 다룰 줄 모르는 그가 쥔 것은
손으로 움직이는 톱이었습니다.
도구를 잘 쓰는 이라면
엔진톱 한 번에 끝났을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삼촌은 그저 날마다 조금씩
잔가지는 손으로 잘라내고 굵은 것은 톱으로 잘랐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했던 그 일,
마침내 오늘 마당에 훤해졌지요.
경이로웠습니다.
나무 몇 가닥을 끌고 산을 내려오는 송씨아줌마를 몇 번 보았습니다.
정말 몇 가지 되잖은 걸
한 다발로 묶어 질질 끌고 있었지요.
그런데 어느날 그 댁 앞에는
나뭇짐이 그 댁 아래채만큼 쌓였습니다.
경운기로 트럭으로 오가는 땔감 양으로는 몇 번 되지 않을 치지만
결국 아줌마는 그런 것 동원하지 않고도 해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날마다 조금씩’에 놀랐지요.
오늘 환해진 마당 또한 그러했던 것입니다.

재봉질을 좀 합니다.
크게 뭘 만들어내거나 한 건 아니고
그저 앞치마 몇 개 손보았습니다.
앞치마엔 허리에 묶는 끈처럼
등에도 열고 닫는 끈이 있지요.
아예 한 덩어리로 붙어진 것도 있지만
입고 벗기 편하게 찍찍이를 단 것들도 있습니다.
오래 썼던 앞치마들은 그 찍찍이가 흐물거려
일하는 가운데도 몇 차례나 떨어지고는 하여
그걸 또 옷핀으로 고정해서 쓰기도 하지요.
그런데 일을 하다보면 아주 작은 것 한 가지가
전체 일을 자꾸 걸리적거리게 하고는 합니다,
마치 자꾸 떨어져 신경쓰이는 앞치마 등끈처럼 말입니다.
오늘 그것들을 하나로 붙였습니다.
그런 간단한 조치가
일을 전반적으로 편하게 대하도록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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