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9.달날. 맑음 / 정월대보름

조회 수 1315 추천 수 0 2009.02.24 08:55:00

2009. 2. 9.달날. 맑음 / 정월대보름


달골이었는데요,,
마을을 내려다보며 얘기를 나누는 마당이었는데요,
어느 순간 너무 환해져
우리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대보름입니다.
여느 집처럼 나물을 해먹고 부름을 깼더라지요.

오전엔 옷방을 정리했지요.
어쩌자고 시렁에 올려져있던 짐들까지
이불이란 이불, 방석이란 방석, 보따리란 보따리들이 다 내려졌더랍니까.
계자에서 옷이 모자랐던 이들이
저한테 맞는 옷을 찾는다고 온 옷방을 뒤적이며
헤집어놓은 옷장 안은 둘째치고라도
어째 올려져있던 짐들도 바닥에 쓰러져
비좁은 옷방 바닥을 반이나 차지하고 있었답니다.
게다가 또 다른 절반엔 벗어놓은 겨울 외투들이 산더미였답니다.
결국 다 하지도 못하고 또 하루 날 잡아야했지요.
덕분에 교무실도 치워두지요.

오후에는 달골 집 둘레를 치웠지요.
거기 쑥대머리 날리고
회양목에도 마른 덩굴 감기고
마른잎들 풀풀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들 스스로도 봄을 맞을 것이나
정원이라고 환하도록 손을 댑니다.
수로도 살피지요.

입춘 지나고 며칠 전엔
거름장도 손보았습니다.
마른 낙엽들도 긁어모아 얹고
겨우내 모았던 오줌을 들이부었지요.
잘 삭혀지면 몇 달 지나지 않아도 논밭에 뿌릴 수 있을 겝니다.

이 산골 동구 밖에서 서성거리던 봄이
성큼 울타리로 걸어 들어오라고
대문 활짝 여는 봄, 봄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606 2019. 5.22.물날. 맑음 / 삽질 tip 옥영경 2019-07-24 631
1605 173계자 이튿날, 2024. 1. 8.달날. 맑음 옥영경 2024-01-10 630
1604 5월 물꼬stay 닫는 날, 2019. 5.19.해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19-07-19 630
1603 2023.11.16.나무날. 비 옥영경 2023-11-25 629
1602 2019.10.10.나무날. 맑음 / 나는 제습제입니다! 옥영경 2019-11-27 629
1601 2019. 9. 7.흙날. 13호 태풍 링링 지나간 옥영경 2019-10-16 629
1600 2023.11.25.흙날. 맑음 / 김장 첫날 옥영경 2023-12-05 628
1599 ‘2022 연어의 날’ 여는 날, 2022.6.25.흙날. 오려다 만 비 옥영경 2022-07-13 627
1598 2023. 5.13.흙날. 빗방울 몇 지난 다저녁때 옥영경 2023-06-13 626
1597 2021. 6. 6.해날. 맑음 / 한계령-끝청-중청-봉정암-오세암-영시암-백담계곡, 20km 옥영경 2021-07-06 626
1596 2019 여름 산마을 책방➂ (2019.8.31~9.1) 갈무리글 옥영경 2019-10-12 626
1595 2019. 7. 6.흙날. 가끔 해를 가리는 먹구름 /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스코트 새비지/나무심는사람, 2003) 옥영경 2019-08-16 626
1594 2019. 7. 5.쇠날. 맑음 / 올 여름 첫 미리내 옥영경 2019-08-16 626
1593 2020. 2.12.물날. 비 / There is time! 옥영경 2020-03-12 625
1592 173계자 사흗날, 2024. 1. 9.불날. 흐림 옥영경 2024-01-11 624
1591 2019. 7.22.달날. 갬 / 별일들 옥영경 2019-08-22 624
1590 168계자 여는 날, 2021. 8. 8.해날. 소나기, 풍문처럼 지나다 [1] 옥영경 2021-08-13 623
1589 2020. 2.19.물날. 맑음 옥영경 2020-03-19 623
1588 2023. 8. 5.흙날. 맑음 / 172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23-08-07 622
1587 2020. 3.17.불날. 맑음 옥영경 2020-04-13 62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