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14.흙날. 구름

조회 수 1100 추천 수 0 2009.03.06 15:53:00

2009. 2.14.흙날. 구름


표고장 안을 들여다봅니다.
한 계절이 훑고 간 자리는 스산합니다.
그러니 사람이 비워둔 집은
두어 계절만 거쳐도 그만 스러질 밖에요.
손 갈 일 없겠는 그곳도
표고목 넘어져 있거나 마른 잎들 날려 와 쌓여있었지요.
나무들을 바투 세웁니다.

봄을 맞이하는 춤으로 명상을 하는 날입니다.
‘새로운 눈길로 이 땅을 바라보게 하고,
어떻게 ‘머리 위 쇠 항아릴 찢고2’새싹을 틔우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게 한다.
봄-春이라는 글자를 가만히 바라보면
풀잎이 바늘처럼 뚫고 솟아오르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그 봄 속에 한 발 쑥 들어가는 날이었습니다.

대전의 한 어르신 댁에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평화활동을 하는 분들과 춤명상을 하는 분들이
몇 같이 밤을 보냈지요.
30여 년을 유럽에 건너가 계셨다가
돌아온 지 겨우 서너 해된 분이 있었는데
당신께 여쭈었습니다.
한두 해만 밖에 나갔다 들어와도
한국이 답답하다거나 그래서 떠나고 싶다 하는데,
배려와 이해의 문화가 부족한 이 나라에서 보내는 시간들을
어찌 건너오셨냐고 말입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만나고 싶은 사람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십대, 그 나이대를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안 되는 관계들을 굳이 어찌 해보겠다는 생각 같은 건
이제 더는 안한다, 그리 들렸습니다.
그것도 참 큰 지혜겠다 싶데요.

한 분의 하소연도 있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결혼 한 두 사람이
그들을 둘러싼 가족들과 겪는 갈등으로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어디고 여성들의 갈등은 참 비슷합니다.
그 관계들 사이에서 남자들은 나름 중립을 지키지요.
그런데 그 중립이 무엇인가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적어도 그것이
거리상의 가운데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말이었지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립 아니겠는가,
그래서 때로는
거리상 한 쪽으로 아주 치우칠 수도 있는 거 아니겠는가 말입니다.

밤새 누구 하나 잘난 체도 않고 나서지도 않고
속 깊이 꺼내는 이야기와 그것을 듣는 이,
그리고 드는 생각을 나누는 자리가
퍽 고마웠습니다,
그 연들이 고마웠습니다.

물꼬의 자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결혼 했으되 외로운 여인들에게 친정이고
집이 없는 이들에게 외가이고
살고 있는 우리들에겐 쉼터이고 배움터이고 삶터이데요.
고마운 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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