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3.불날. 눈

조회 수 1092 추천 수 0 2009.03.17 09:14:00

2009. 3. 3.불날. 눈


봄눈 내립니다.
종일 퍼붓습니다.
마지막 올 겨울 숨이 되려나요.
밤새 내린 눈으로 나뭇가지도 계절을 건너뛰고 있습니다.
일찍 산을 내려갑니다.
둘러친 산도 산마을도 눈에 잠겼습니다.
마른 가지마다 만발한 눈꽃이 흥을 어쩔 줄 몰라 합니다.
얌전히 가지에 쌓이던 눈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그예 툭 무더기져 떨어집니다.
멀리서까지 놀란 산비둘기 구구댔지요.
눈이 내려도 봄입니다.

정녕 나는 이 생애에 무엇을 원하는가,
누구나 묻는 말일 테고 자주하는 질문일 테지요.
오늘 눈길을 헤치고 달리면서 그런 생각에 묻혔더랍니다.
어린 날엔 더러 입신양명하고픈 욕망이 없지 않았나 봅니다.
그런데 돌의 이름자가 바람에 다 닦인 것처럼
이제 마음에서도 그리 되었데요.
아니, 외려 그럴까 두렵기까지 합디다.
(뭐 좋은 일이고 나쁜 일이고
입에 오르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네요.)
생의 소소한 기쁨들을 훈풍처럼 느끼며 충만함으로 살고,
스스로 먼저 평화로워 그 평화가 잔잔히 물결처럼 번져
그리하여 옆 사람도 따스해지고,
나아가 깃들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
그렇게 수첩에다 소망을 끄적이고 있었습니다.
또, 한 때 깨닫는 자가 되려고 몸부림을 치기도 했던 시간들이 겹쳐집니다.
그런데, 깨닫는 게 또 무에 그리 중요하겠는지요.
깨달음으로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닐지,
깨닫지 못하더라도 선하게 사는 것, 그게 최상 아닐까 싶습니다.
그게 또 깨달음인가요?
어이되었든
다른 거 다 두고 정녕 착하게나 열심히 살자, 그리 마음결을 고르지요.

가족을 잃고 맘 스산한 벗이 보내온 글월에
눈 소식을 담아 메아리로 보냈습니다.
여전히 하루 세 끼 밥상에 앉아
이제는 ‘근근히 살아가는 인간세가 눈물겹다’던 싯구가
그리 서럽지도 않다는 곁생각을 하며
나이 먹었구나 싶었지요.

봄눈이 푸지게 내립니다.
많이도 내립니다.
그래도 봄날입니다.

어느 소설 구절이었던 걸까요,
스님이 그랬다나요,
우주가 허무한 게 아니라 사람이 허무한 거라고.
맞는 말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때마다 밥을 꾸역꾸역 밀어넣고 해우소 가고
그래도 아이들이 자라고...
감히, "뭐 그렇지요... 합니다.

가끔 소식 듣고 싶습니다.
그런 것이 사는 일에 힘을 더하고는 합디다.
성빈이에게도 안부 물어주셔요.

아무쪼록 건승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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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3.불날.눈 오다가 비.

<『아름다운 가치사전』을 읽고>(채인선 지음)

이 책은 엄마가 내가 읽어야 한다면서 ‘인터파크’에서 주문한 거다. 나는 이 책을 엊그제부터 읽기 시작해서 오늘 책을 다 읽었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단어들을 몇 마디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 마디(? 예를 들면 ‘감사’)에 여러 가지 낱말을 써놨다.
그런데 이 책이 나오기 5년 전쯤(2004년)에 엄마도 그런 생각을 했고, 그리고 그때 상설학교 애들이랑 같이 그런 것을 했다는 것이다. 나도 작년부터 우리말우리글 시간 때 ‘우리말 새사전’만들기를 했었다.
이 책에는 여러 가지 낱말을 풀이해 놓았다. 그준 몇 가지 괜찮은 단어다.
보람이란, 열심히 노력하고 얻게되는 땀방울 같은 것.
겸손이란, 선생님이 칭찬해주실 때 뽐내지 않는 마음.
사랑이란,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 그 마음을 표현하는 것.
정직한 사람은, 남에게 믿음을 주는 사람.
행복이란, 마음이 기쁨으로 환해지는 것.
존중이란, 숲에 사는 동물들을 생각해 주는 것. 장난으로 나뭇가지를 꺾거나 새를 쫓지 않는 것 등이다.
나는 이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친절이란, 그림책을 가져온 동생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
예의란, 선물을 받고 “고맙습니다”하고 말씀드리는 것.
난 이런 단어들이 기억에 남고 재밌었다. 나도 이 말들처럼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좋은 책인 것 같다. 읽고도 또 읽고 싶다.

(5년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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