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18.흙날. 마른 비

조회 수 1042 추천 수 0 2009.07.30 06:45:00

2009. 7.18.흙날. 마른 비


베갯잇을 일일이 박자니 일입니다.
그 짬이 쉽지가 않았지요.
껍데기를 잃은 베갯속이 계자 옷장 가득이지요.
결국 좀 사들이기로 합니다.
마침 대전에 싼 가게를 찾아냈지요.
가끔 이런 게 또 큰 도시의 부러움 하나구나 싶데요.

죽산 ‘웃는돌 무용단’에 갔습니다.
아는 사람들끼리 조촐하게 모여 가벼이 수련하고 놀자는 자리에
평화활동가 이종희님과 동행했습니다.
잠시 그곳을 방문한
취주악기를 연주하며 오카리나를 만드는 분도 만났고,
kbs 교양국 PD도 만났지요.
다녀와 대전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
한남대 김조년교수님과 한 자리에 앉았습니다.
함석헌선생에 대한 일화를 전해들었지요.
고등학교 때 지나가는 말로 던진 교사의 입으로 옹의 함자를 듣고
당신의 글을 읽고 그리고 당신을 뵈었고 따랐다 합니다.
김조년샘이 독일 머무실 적 옹이 방문한 적 있었는데,
아주 짠 독일음식을 아무 말 없이 마지막까지 다 쓸어드셨더라나요.
또, 따로 방을 쓸 수 없어 거실에서 몇이 주무셔야 했는데,
화장실에 가며 밤에 불을 켜지 않으려
당신 자리에서 화장실까지 세 차례나 오가며
걸음수를 세놓으시더라 합니다.
새겨들을 어르신들의 삶이시지요.

대전에서 넘어오기 전 잠시 벗을 만났습니다.
어차피 늦어 자정을 넘기며 얘기 나누고
그토록 목말라하던 극장에도 들어갔지요.
영화 <거북이 달린다>.
도대체 이연우감독이 누구인가 싶습디다.
깡냉이 아저씨 김윤석,
많은 사람들이 그가 언젠가 무겁지 않은 주연을 할 거라고
예견했거나 하길 바랬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그는 그렇게 했습니다.
견미리 역시 최고 배우였지요.
그리고 천연덕스런 용배 패거리도
이 감독을 잘 받쳐주었습니다.
악역으로 정경호라는 배우의 선택도 적절했다 싶더군요.
악과 선이 절대악이 아니고 절대선이 아니고,
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야 하는 저간의 사정이 있으니
관객은 어느 편도 들 수 없는 속에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영화를 봐 가는데,
그렇지만 가능하면 사회정의 쪽이 승리하는 걸로 얘기가 끌나겠다 싶지만,
이쯤 되면 뭐 누구의 승리라도 관객은 이해해줄 수 있다 싶게 됩니다.
유쾌했고, 적당히 가슴 싸한 지점이 있었고,
그리고 ‘능청스럽다’ 라는 말을 온전히 구사하고 있는 영화였더이다.

권술룡샘은 다음 행선지 김천의 덕천농원 김성순선생님을 찾아가시고,
오전 내내 큰해우소 여자칸을 차지하고 쌓여있던 노란 컨테이너를
박박 문질러 닦은 김주영님은
이 좋은 곳에 와서 일만 하다 가면 얼마나 아쉽겠냐는 식구의 배려에
마을산책을 하고 떠났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3966 2012. 2.11.흙날. 날 조금 푹해졌고나 옥영경 2012-02-21 1042
3965 2011.10.19.물날. 맑음 옥영경 2011-10-30 1042
3964 2011. 8.31.물날. 맑음 옥영경 2011-09-10 1042
3963 2011. 3.13.해날. 흐려지는 저녁 옥영경 2011-03-28 1042
3962 2011. 3. 1.불날. 비 내리다 싸락눈 옥영경 2011-03-13 1042
3961 11월 빈들 닫는 날, 2010.11.28.해날. 젖었던 아침이 마른다 옥영경 2010-12-12 1042
3960 2005.11.19.흙날.맑음 / 악은 왜 존재하는 걸까 옥영경 2005-11-21 1042
3959 162 계자 사흗날, 2016. 8. 9.불날. 구름 좀 / 보글보글과 구들더께의 날 옥영경 2016-08-16 1041
3958 157 계자 나흗날, 2014. 1. 8.물날. 눈 옥영경 2014-01-13 1041
3957 2012.11.1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2-11-23 1041
3956 2009. 7.21.불날. 큰비 옥영경 2009-07-30 1041
3955 2011. 7.16.흙날. 오후 퍼붓는 비 옥영경 2011-08-01 1040
3954 2011. 3.29.불날. 맑음 옥영경 2011-04-13 1040
3953 133 계자 닷샛날, 2009. 8.13.나무날. 갬 옥영경 2009-08-29 1040
3952 2010. 6.11.쇠날. 비라도 오겠는 저녁 옥영경 2010-06-21 1039
3951 6월 빈들 여는 날, 2009. 6.26.쇠날. 맑음 / 저항 옥영경 2009-07-06 1039
3950 5월 빈들 여는 날 / 2009. 5.22.쇠날. 갬 옥영경 2009-06-06 1039
3949 162 계자 이튿날, 2016. 8. 8.달날. 멀리 천둥, 저녁 소나기 / 내가 받아들여진 경험 옥영경 2016-08-12 1038
3948 2011. 9.12.달날. 흐린 한가위 보름달 옥영경 2011-09-30 1038
3947 2011. 1.21.쇠날. 맑음 옥영경 2011-02-02 103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