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20.나무날. 오후 소낙비

조회 수 878 추천 수 0 2009.09.02 00:38:00

2009. 8.20.나무날. 오후 소낙비


아, 갈바람...
아침에 말입니다,
바람이 이는데, 가을바람인 겁니다.
하아, 또 한 계절이 그렇게 설컹 넘어가는 겁니다.
우리 삶의 견딜 수 없는 일들도 그렇게 넘어갈 겝니다.
그래서 자연이 어머니인 게지요,
거기 우리 삶의 모든 지혜로움과 위로가 다 들어있는 거지요.

식구들은 비 덕분에 쉬엄쉬엄 안에서 움직이고들 있고,
이른 점심을 먹은 뒤 기차역에 갔습니다.
조치원을 가려지요.
기차에 몸을 실었는데, 한산했습니다,
옆자리도 비었고.
“어서 오세요.”
대전에서 누군가 올라탔고,
그 덕에 보던 책에서 눈을 드니
어느새 땅이 젖어있데요.
가벼이 까딱 인사하고는 별 말도 없이 다음 역에 닿았는데,
“먼저 가볼게요.”
그가 인사를 던지고 갑니다.
맞아주었던 인사를 기억했던가 봅니다.
다른 나라에 가 있으면
그렇게 가볍게 누구라도 주고받는 인사가 참 좋던데,
이 땅에선 가끔 생뚱하게 받기도 하던데,
같은 인사로 받고 가니 마음 좋습디다.

서울 사는 선배들과 만남이 있을 때면
서로 오가기 머니 양쪽에서 기차를 타고
적당한 곳을 정해 이리 만나러 갑니다.
그리고 대여섯 시간 토론도 하고 묵은 얘기들도 하고
서로 사는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도 하고 세상 이야기도 하고
그리고 서로 기운을 북돋우고 헤어진답니다.
오늘은 물꼬의 과학선생 노릇을 해주는 이이지요.
대학에서 물리를 가르치고 있고
여러 권의 훌륭한 번역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오늘 그 책들을 받아왔네요.

역 앞에서 과일을 좀 사기도 했지요.
“그들은 흠집 있는 게 어딨나 정확하게 알거야.”
그렇겠습니다, 종일 그것만 바라보니 말입니다.
조치원역에 내리자 비가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길을 나섰는데 비가 오면
맞거나 피하거나 둘 가운데 하나지요.
잠시 우동집을 들어섰습니다.
먹고 나가니 멎데요.
사는 일도 그러하겠습니다.
비 오면 피했다가 다시 길로 내려서서 걸으면 될 일이겠습니다.

선배들, 어르신들을 만날라치면,
특히 물꼬에 오가는 이들과 벌어지는 일들을 웬만큼 소상히 아는 이라면 더욱,
살면서 겪는 여러 가지에 대해
고자질도 하고 툴툴거리기도 하고 그러지요.
아주 가끔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이들도 만나게 되는
그런 얘기도 시시콜콜 일러줍니다.
“뭘 그렇게 신경을 써?
그래도 만족을 느끼는 이들이 더 많을 것 아냐!”
그러게요, 그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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