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8.불날. 가을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하늘

조회 수 956 추천 수 0 2009.09.18 23:39:00

2009. 9. 8.불날. 가을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하늘


하늘이 높습니다.
가을로 가는 계절이지요, 하고 쓰니
참 낡았으나 여전히 맞는 말이구나 싶네요.
그 여전함이 고맙습니다.
그런데 낮은 아직도 뜨겁습니다.
무 배추 모종이 괜찮으려는지...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그리고 겨울이 올 것이라는
그 변하지 않음이 고맙습니다.
그래서 살아지는 게지요.
모진 겨울도 그리 갈 것이니까,
봄도 그리 올 것이니까요.
사람 마음도 그렇게 변하지 않았으면 좋으련...

포도를 땄습니다.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러리란 걸 알았지만,
울컥합니다.
물론 공을 많이 들였던 건 아닙니다.
다른 일에 밀려 이리저리 손을 못 댄 것도 많았지요.
그래도 거두는 마음은 또 기대가 차기 마련입니다
(이런 도둑놈 심보라니, 원...).
여기 있는 이도, 오며가는 이들도 적지 않게 보탠 손,
그 손들에 미안하고,
포도나무에 짠했습니다.
더 힘을 실어주었어야 했는데...
그래도 또 고맙습니다, 그리라도 거둘 수 있어.
포도효소를 담습니다,
커다란 항아리가 찹니다.
우리의 온 밭뙈기의 기운이니
어느 효소보다 맛날 테지요.

안동에 집 지으러 가 있던 종대샘이
거의 막바지에 일이 이르렀답니다.
잠시 대해리에 들렀지요.
뒤란의 흙집해우소도 이른 가을에는
마감을 한다 했습니다.
그것도 가늠하러 왔나 봅니다.
물꼬를 드나드는 이들이 한결같이
종대샘은 물꼬의 분위기랑 참 다르다고들 하지요.
비스무레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모여 사는 것도 의미 있지만
다양한 색깔의 사람들이 모여 조율하고 조정하며 사는 것 또한
의미롭겠습니다.
또, 공동체 안에서 모든 삶이 이루어진다면 좋겠지만
무리하게 안에서 복닥거릴 게 아니라
제 역량을 잘 펼칠 바깥 삶을 가진 것도
그리 거북할 일이 아니겠습니다.
외려 그렇게 긋는 선이 더 불편할 일 아닐는지요.
갈수록 그런 선, 혹은 틀이 사라져가서
그래서 물꼬가 더욱 좋다싶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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