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20.불날. 맑으나 쌀쌀한 바람

조회 수 868 추천 수 0 2009.11.07 09:18:00

2009.10.20.불날. 맑으나 쌀쌀한 바람


언덕을 이루고 있던 무청을
데치고 널었습니다.
달골에서도 식구 하나 내려와
두 남정네가 가마솥에 불을 피웠더랍니다.
많은 집안의 큰일은 남자 힘이 필요할 때가 적잖지요.
시골살이가 더욱 그러하다 싶습니다.

가을학기를 시작하고 제도학교를 달포 남짓 체험했던 아이는
지난 한 주를 쉬고 산골 ‘스스로배움’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불날과 나무날은 봄학기처럼 읍내를 나가기로 했지요.
지역공간에서 오전에는 어르신들과 함께 먹물이랑 놀고
오후에는 체육관도 가고 음악교실도 가기로 합니다.
밥을 챙겨줄 수 없는 날의 아이 밥은
그 이웃한 곳에다 부탁드렸습니다.
곳곳에서 아이를 같이 키워주는 분들이 계시지요.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돌아오기 직전의 짧은 저녁 시간에 아이는
문화원을 이용하기로 합니다.
나무날 저녁도 그리할 것입니다.
마침 아이가 챙겨보고 싶은 영상도 거기 있었습니다.
읍내를 나갔다가 아이를 만나 돌아옵니다.
날 퍽 짧아졌습니다, 어둑했습니다.
우리들의 겨울이 코앞입니다.
결국 살아낼 테지요, 우리는!

달골에 땅을 마련하고 집을 올리는 과정은 지난했습니다.
지난했다, 라고 쓰고 나니 무에 그리 힘이 들었던고
조금 민망함도 듭니다.
모든 것은 지나고,
지나고 나면 엄청났던 일들도 그 무게를 잃지요.
지난했다, 라고 말함은
물꼬에게 혹은 내게 맘이 힘들었던(?) 시절이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이되었든 몇 해가 지나고 등기를 해야 할 시점에서
서류상으로 땅의 전 주인과 대금이 오간 과정의 기록이 필요했는데,
그래서 이미 다 끝난 계산을 다시 통장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바로 돌려받기로 하고 송금을 했더랍니다.
그 돈이란 게 도시 사람들한테야 얼마 되지 않는 크기였으나
가난한 살골살림에서야 어디 그러한가요.
그것을 반년을 넘게 돌려받지 못하다가,
못주는 마음이 오죽할까 하고 기다리고 기다리기도 하다
그예 전화를 몇 차례 넣고
가운데서 일을 봐주었던 어르신을 통해서도 사정을 하고
그렇게 하여 일부 받고도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가까운 사이라도 되면 그가 잘 쓰겠거니 하고 잊어버릴 수도 있었겠으나
뭐 문제는 늘 곤궁함이란 것 아니겠는지요.
전화를 받지 않거나 연락을 하겠다 하고 아니 하거나
여러 차례 약속을 지키지 않아 마음 역시 상하기 여러 번
결국 모진 말을 건넸습니다.
“가난한 산골아줌마 혹은 가난한 한 단체의 몇 푼의 돈을 주지 못할 만큼
살기가 그리 구차하십니까?”
지난 2월 25일부터 끌어왔던 일입니다.
그 마지막말에 11월 20일까지는 해결해준다데요.
“그건 네 생각이고...”
얼마 전 한 분 어르신이 코미디프로그램에서 나온 유행어라며
부부 사이에서 가끔 쓰신다 웃으셨습니다.
남의 것은 얼른 돌려주어야지요.
허나 내 생각대로 내 가늠대로 세상은, 혹은 일은
결코 돌아가지 않는 게지요.
이 과정에서 또 세상살이를 배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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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0.불날. 추움. <역시 기초!>

오늘은 약 3개월 만에 서예를 했다. 난 서예 연습을 안했고, 보지도 못했으니까 내 실력이 녹슬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외로 실력이 떨어지기는커녕 더 실력이 향상된 것 같았다.
왜인가 생각해봤는데 다른 사람들은 1개월 안해도 실력이 녹슬었는데 나는 3개월 쉬고도 실력이ㅣ 그대로인 이유에는 내가 첫째 아이라서 그렇고, 둘째, 내가 기초가 탄탄해서인 것 같다.
첫 번째로 내가 아이라서 그렇다는 이유는 아이들은 기억력이 좋고, 한번 익히며 잊어먹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두 번째로, 내가 기초가 탄탄하단 이유는 내가 남들이 하나라도 더 나가려고 할 때 내가 가로, 세로, 동그라미 선들을 4개월이나 연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기초를 잘 해놓으면 언제나 다시 잘할 수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역시 기초가 튼튼해야 하는 것 같다.
어제 강강술래 전수를 해서 지금 너무 힘들다.

(류옥하다 / 열두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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