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22.나무날. 맑음

조회 수 906 추천 수 0 2009.11.07 09:19:00

2009.10.22.나무날. 맑음


아주 멀지는 않은 곳의 두 곳 도서관을
잘 이용하며 책을 사귑니다.
그런데 어떨 땐 빌려다 정작 쌓아만 두고
몇 날을 그냥 흘려보내는데
아이가 그 책들을 빌려온 이보다 더 잘 보고는 한답니다.
최근엔 한참 건축 관련 책들을 챙겨오는데
저가 더 골똘히 보고 앉았지요.
누가 읽어도 잘 읽으면 될 일이겄습니다.
어린 날
전집을 한 가득 채워둔 책장을 가진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책들의 주인인 친구보다 그 책들이랑 더 친했더랬지요.
그의 얼굴은 또렷이 기억에 없는데,
거기 꽂혔던 책등(책을 꽂아두었을 때 보이는 면)은 너무나 선명합니다.
어릴 적 어깨너머로 읽던 이모와 오라비들의 책 역시
얼마나 달콤하던가요,
심지어 그 딱딱한 교과서였는데도.
넘겨다보는 신문이 더 재미나고
어깨너머로 보는 책이 더 재밌지 않던가요.

영동 읍내에서 경부선 영동 나들목으로
차를 타고 지날 일이 있었습니다.
거기 짙게 가을이 와서
햇살에 닿은 단풍이 투명하게 붉고 있었지요.
한창입디다.
팔을 뻗고 싶데요.
물한계곡 골짝은 가을이 서성이기만 한데,
온 산에 단풍 털퍼덕 앉을려면 시간이 걸릴 텐데...

맹아동들의 생활을 잠시 들여다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눈이 안 보인다는 건 모방이 안 되지요.
정안인들은 많은 경우 모방을 통해 학습을 하는데 말입니다.
사람이 쳐다보는 걸 의식하지 못해서
코를 후비거나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고 벅벅 긁거나 하는
문제행동이란 걸 하기도 하는 그들입니다.
마침 보행지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맹아동에게 보행지도는
독립의 가장 중요한 관문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제 그동안 보행을 담당하던 치료교사제도가 없어지니
누가 어느 시간에 그 보행을 지도할지요.
그 아이들에게 이 가을날의 빛깔을,
특히 선천성 맹아에게 색 개념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지요?
하지만 분명한 건 정안의 눈으로 아름답다는 것을
그 아이들 역시도 안다는 사실일 겝니다, 알아요!
특수교사들이 아니면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세상에 교사로 설 자리는 얼마나 많은가 말입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꼭 임용에 매달려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을 게 뭐랍니까.
“임용이 아니더라도 여러분이 기다리는 아이들한테 간다면 가치가 있다!”
교대 사대생들한테 꼭 들려주어야할 말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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