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26.달날. 맑음

조회 수 1024 추천 수 0 2009.11.13 21:28:00

2009.10.26.달날. 맑음


마당에 썰어놓은 무가 평상 가득입니다.
해마다 이맘 때 꼭 있는 이곳 풍경입니다.
‘영영 궤도를 잃고 떠돌 것만 같은 봄밤이네,
무말랭이처럼 꼬들꼬들한 봄밤이네’라고 읊던
한 시인의 노래가 있었지요.
꼬들꼬들 말라가고 있는 무말랭이랍니다.

감을 땁니다.
닭장 앞 호두나무 곁에 섰는 감나무에
몽당계자에 왔던 아이들이 따다 남겨놓은
감들이 아직 대롱거립니다.
소사아저씨가 그 감을 따면
아이는 그 감들을 깎았습니다.
그걸 또 엄마는 한 줄씩 처마에 매달지요.
산골 바람이 곶감으로 만들어낼 겝니다.

배추를 묶습니다.
수확하고 난 논에서 나온 짚입니다.
작년보다 서둘러 심기는 하였으나
가물어서 속이 차지 않고 있습디다.
그러면 그런 대로 또 김장을 할 테지요.
그래도 올해는 좀 낫다고는 합니다.

초등학교 수업을 하나 참관했습니다.
쓰레기분리수거가 주제였지요.
종이, 유리(병), 캔, 재활용들로 나눕니다.
그런데 유리로 분류되는 병은
플라스틱인 뚜껑이 그대로 달려있습니다.
알류미륨캔으로 분류된 것은
사실은 몸체는 철이고 뚜껑만 캔입니다.
흔히 이 수업처럼 쓰레기를 분류할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쓰레기를 분류하다보면
결코 간단치 않은 작업임을 알게 되지요,
무슨 일이 그렇지 않을까만.
도대체 그 수업을 통해
정작 아이들에게 주고팠던 게 무얼까요?
참 형식적입디다.
그 수업의 문제가 사실 아니지요.
이처럼 교실에서의 수업이 많은 경우
‘하는 척’으로 이루어지는 때가 적잖습니다
(제가 학교를 다니던 어린 날은 더 많이 그랬더랬지요.).
명분이야 있지요,
초등과정이니까, 대략적인 개념을 살펴주는 거니까 라는.
그런데 저렇게 하면 누군가는 다시 해야 합니다.
결국은 다시 할 일을
눈앞에서만 어찌어찌 지나게 가르치는 건 아닐지요.
어쩌면 제가 민감한 것은
물꼬에서 바로 그 역할을 제가 맡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젊은 처자 하나가
남자 친구가 제대를 하고 와서 요즘 자주 만난다 했습니다.
“제가 먼저 좋아해서 사겼는데, 그래서 되게 못됐게 굴고 그랬는데,
군대 갔다 오더니 착해졌어요.”
우리 시절에는 남자가 좋아해야 연애가 되는 줄 알았거나,
혹 여자가 먼저 좋아했어도
그런 말 입에 잘 올리지 않았던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갔고,
스물한 살 여자 친구는 이런 얘기를 전합니다.
솔직한 이 시절이 참 좋습니다.
이 젊음들이 또한 예쁘고 좋습니다.
나이 먹나 봅니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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