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 1.해날. 맑지 않은

조회 수 1082 추천 수 0 2009.11.18 22:09:00

2009.11. 1.해날. 맑지 않은


그믐이나 초하루엔 쓰레기장을 대대적으로 뒤집습니다.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했지요.
어수선한 낡은 살림이어
뒤란, 후미진 곳은 더욱 잘 정리하고 싶습니다,
그런 곳이 너저분하면
낡은 살림이 더는 입을 수 없을 지경이 된 해진 옷 같아서.
그곳이 널려있으면 오는 이들도
꼭 그렇게 널어놓더라구요.
달골에서 사람들이 머물고 내려오는 것들도
나름 정리를 해오긴 하나 한 쪽에 몰아두기 일쑤입니다.
그걸 다시 분류해놓은 자루마다 넣어야 하는데 말이지요.
아이들과 같이 움직여보면
아주 어린 아이일지라도 정리가 잘된 공간에선
공간에 대한 긴장을 가지고
자기 또한 물건들을 가지런히 정리합니다.
그래서 더욱 잘 정리하려 든답니다.

찾아든 손님들 있었습니다.
늦은 점심밥상을 같이 나누었더랬지요.
목포에서 김순우님, 전라도 장흥에서 김성원님과 김정옥님,
그리고 흙집연구소살림의 김석균님이십니다.
흙집을 짓거나
귀농하는 이들의 좋은 길라잡이 되고 계신 분들이시라지요.
흙집에 대한 연구가 깊으시다 들었습니다.
함께 온 이들을 먼저 보내고
종대샘이랑 같이 집짓는 현장으로 가려 남은 김석균님은
교실 한 칸 황토방으로 만들던 마지막 바닥 미장을
함께 해주셨더랬습니다.
어두워서야 끝난 일은
결국 저녁을 챙겨먹고 길을 나서게 했지요.
애들 애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정리가 남았지요,
늘 그것은 남은 자들의 몫이기 마련입니다.

아주 오래된 인연, 그리고 묵은 감정이 하나 있었습니다.
흔히 교사들은 에고가 강한 이들이라 하지요.
저 역시 끊임없이 경계하는 모습이지만
퍽이나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오래 전 어떤 이의 혼례 자리가 있었고
거기 친구들과 그들의 고등학교 때 교사가 참석하려고 모였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혼례식에 들어가지 않고
같은 시간 혼례장 가까운 곳에 머물렀지요.
양가에서 반대하는 혼례를 하는 당사자들을
지지할 수 없기 때문이란 게 까닭이었습니다.
함께 있던 그들의 교사 역시 그랬습니다.
“자유로운 사람들이
왜 굳이 그런 절차를 밟으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도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교사였지요.
이 사람들 편에서 보자면
결혼 하는 당사자들과 너무나 절친한 관계들이어서
그 애정 탓에 그럴 수도 있었겠다 싶고,
한편 혼례 당사자로선 날이 날이니 만큼 누가 중심이어야 하는데
왜 굳이 이해 되니 안 되니 참석을 않겠다는 건가
서운할 수도 있었을 겝니다.
세상일이란 게 저마다 다 사정이 있기 마련이지요.
그래도 분명한 건 그 일의 중심이 뭔지는 있을 거란 사실 아닐까도 싶고
그걸 보는 게 또 지혜다 싶고...
그런 일들 사이 감정이란 것들이 떠돌고
어떤 이에겐 잊힌 일이 다른 이에겐 상처로 남을 수도 있습디다.
그런데 꺼내놓고 보면 일정 정도 털어지기도 하지요.
아니 때로는 분노가 곱씹어지며 더 노엽기도 할라나요?
어찌되었든 모든 것은 지나가지요.
묵은 감정 하나가
오늘 사람들 사이에게 꺼내지고 묽어지고 하였네요.

초등교사 임용시험이 있습니다.
생각하면 퍽 답답합니다.
제자였고 어느새 동료가 된 친구 하나도 몇 해 보고 있는 시험이고
같이 공부하던 이들이 매달린 시험이고
제자들이 치르고 있는 시험이며
숱한 젊은이들이 수장된 바다가 거기입니다.
그저 마음만 보탰더랬습니다.
시험을 끝낸 몇의 연락을 받았지요.
모다 애쓰셨습니다.
푹 깊이 잠드는 밤들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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