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 4.물날. 흐릿한 하늘

조회 수 999 추천 수 0 2009.11.18 22:11:00

2009.11. 4.물날. 흐릿한 하늘


가을이면 온 천지가 국화이지요,
꼭 사람 손을 탄 집집이 마당에 피운 것 아니어도
길섶 여기 저기 채운 것 하며
이 들 저 들에 핀 것들 하며
이 산자락 저 산자락을 채운 것들까지.
지금쯤은 그동안 실컷 눈을 채웠고
이제 질 무렵이지요.
아이랑 바구니 들고 그 국화꽃잎을 따러 다녔습니다.
하루 이틀 더 지나면 물기가 아주 없어
별 소용도 없을 테지요.
날 환하면 더욱 좋았을 것인데
어째 볕이 시원찮았네요.
달골에서 마을까지 내려서는 길가의 산국을 훑고
어른들 허락을 얻어 마을길에서도 따고
어느 할머니가 귀뜸으로 가리킨 한 집 마당 가서도
한 바구니 따내고...
그 자잘한 꽃들도 다 모으니 2킬로그램도 훌쩍 넘었더랍니다.
효소를 담으려지요.
봄날에 머물던 이와 열심히 담았던 올해의 효소가
그만 벌레 슬어 버린 뒤로 효소 욕심 더욱 낸다지요.

저장할 무들을 손질하여
뒤란 가마솥에 불 지폈습니다.
그 커다란 솥 앞에 있으면 잔치를 열어야만 할 것 같기도 하고,
종가집 차례음식이라도 장만하는 듯하지요.
무청을 데쳤습니다.
많기도 하지요.
이미 지난번에 상주의 한 유기농 밭에서 실어온
무청도 잘 말려 갈무리해두었는데,
겨우내 좋은 먹을거리가 될 것입니다.
무는 무대로 김칫독에 잘 넣어두었지요.

손이 없으니 아이도 가끔 교무실 일을 거듭니다.
오늘은 각 시도교육청에 전화를 넣을 일이 있었지요,
계자 일정 확정하느라.
아무래도 올해는 신종인플루엔자로 휴교가 잦았고
그래서 학사일정에 적잖은 변화가 있겠기에
아이가 일일이 전화하고 기록했습니다,
학사일정이 각 학교 교장 재량이긴 하나
그래도 대략적인 틀을 구할 수는 있겠기에.
그리하여 물꼬는 해마다 새해를 아이들과 맞아오던 오랜 시간에
그예 변화가 생겼네요.
예년의 겨울 첫 일정을 피하고
그 다음 주에 계자를 하기로 합니다.
게다 올 겨울은 두 차례만 계자를 진행한다 공지하였답니다.

저녁에 방을 들어서던 아이의 눈에
구석의 먼지랑 머리카락들이 눈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방청소에 옷장 정리를 시작하데요.
때가 되면 다 합니다.
그냥 기다리면 되지요.
어수선한 그 시간들을 봐주어야
그런 변화를 아주 흔쾌하게 만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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