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 7.흙날. 흐려가는 하늘

조회 수 933 추천 수 0 2009.11.18 22:13:00

2009.11. 7.흙날. 흐려가는 하늘


이른 아침 달골에 식구들 올라
감을 따 내렸습니다.
거의 마지막으로 따 내릴 수 있는 때로 잡은 날인데,
도저히 짬을 내지 못하고 사나흘 미룬 일인데,
입동 지났다고 표가 납디다.
절기, 그거 얼마나 절묘한지요.
곶감으로는 쓸 수 없이 말랑거렸지요.
그러면 그런대로 또 감식초를 담으면 되지요.
아이도 오르고 어른도 오르고
흐려가는 하늘에 잠긴 감들을 건져 올렸답니다.
올해는 웃마을 돌고개 사는 양반이
같이 따서 나누자고도 하였는데,
그네는 또 낼모레 있는 나락수매로 정신없어
결국 올해도 상주하는 식구들만 감을 땄네요.
딴다고 땄는데도 아직 달려있는 것들이 더 많답니다.

오후에는 주말 대청소를 했지요.
마침 남도의 집안 어르신들이 오신다 한 날이기도 했더랍니다.
그찮아도 젊은 것들이 산골짝 들어와 사는 꼴이 마뜩찮은데
사는 꼴까지 먼지 두터우면 마음 어둡기 더하실 테지요.
다른 때보다 더 윤나도록 닦았답니다.

류옥하다 외가 어르신들이 오셨습니다.
배추김치 무김치도 담고 식혜도 하여,
떡볶이와 떡국을 위한 떡도 내려서,
메주 쑬 콩도 두어 말 싣고
어느새 바닥이 나버린 물꼬의 고추장까지,
게다 딸내미 좋아하는 단감도 한 상자 실어오셨답니다.
짐을 부려 내리고 부엌 난롯가에 앉으셔서는
아니나 다를까 한 소리 그예 하시지요.
왜 이리 사냐, 나는 통 맘에 안든다십니다.
뜻있게 살라셨지만
편한 세상에 굳이 고생스레 사는 양(당신 보시기에)이 싫으신 게지요.
산골 삶이 그렇습니다.
그래도 늘 가장 큰 지지자는 당신들이시다마다요.

어머니 나이 드신 건 간으로 압니다.
짜지셨지요.
그런데 물꼬 음식이 유달리 또 싱겁습니다.
“먹을 게 하나도 없다...”
그리하여 또 당신이 툭탁거려 먹을 것들을 만들어내셨더랍니다.

마침 종대샘도 기락샘도 다니러들 왔네요.
오랜만에 북적이는 가마솥방이었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2114 2009.11.16.달날. 흐릿한 하늘 옥영경 2009-11-27 978
2113 2009.11.15.해날. 햇살 귀한 엿새 끝에 첫눈 옥영경 2009-11-22 936
2112 2009.11.14.흙날. 흐림 옥영경 2009-11-22 1015
2111 2009.11.13.쇠날. 비 추적추적 옥영경 2009-11-22 1073
2110 2009.11.12.나무날. 빗방울 아침 지나고 흐리다, 연일 흐리다 옥영경 2009-11-22 1056
2109 2009.11.11.물날. 흐림 옥영경 2009-11-22 972
2108 2009.11.10.불날. 바람 이는 흐린 날 옥영경 2009-11-22 987
2107 2009.11. 9.달날. 볕 반짝 옥영경 2009-11-22 1027
2106 2009.11. 8.해날. 비 후두둑 옥영경 2009-11-18 965
» 2009.11. 7.흙날. 흐려가는 하늘 옥영경 2009-11-18 933
2104 2009.11. 6.쇠날. 볕 좋은 가을날 / <우리학교> 옥영경 2009-11-18 1018
2103 2009.11. 5.나무날. 흐린 하늘 옥영경 2009-11-18 987
2102 2009.11. 4.물날. 흐릿한 하늘 옥영경 2009-11-18 998
2101 2009.11. 3.불날. 흐림 옥영경 2009-11-18 989
2100 2009.11. 2.달날. 갬, 기온 뚝 옥영경 2009-11-18 1050
2099 2009.11. 1.해날. 맑지 않은 옥영경 2009-11-18 1081
2098 2009.10.31.흙날. 흐려가는 오후 옥영경 2009-11-13 977
2097 2009.10.30.쇠날. 맑음 옥영경 2009-11-13 974
2096 2009.10.29.나무날. 흐리나 단풍색 밝은 옥영경 2009-11-13 1154
2095 2009.10.28.물날. 맑음 옥영경 2009-11-13 92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