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 9.달날. 볕 반짝

조회 수 1027 추천 수 0 2009.11.22 19:11:00

2009.11. 9.달날. 볕 반짝


달날 오전이면 아이는 우리말우리글 시간입니다.
2004년 상설학교로 문을 연 뒤로 변함없는 시간이지요.
틈틈이 그가 만드는 ‘우리말새사전’이 있는데,
오늘 주제가 ‘자유’였던 모양입니다.
"어떨 때 자유롭다고 느껴요?"
다가와 제게도 물었습니다.
"떳떳할 때 그렇지 않을까?"
말해놓고 나니 그렇구나 싶데요.

어제 메주를 쒔지요.
메주를 빚고 좀 덜어놓았던 것을 아랫목에서 하룻저녁 띄워
오늘은 봉해 놓았던 지난 된장에 섞었습니다.
짜게 해서 그 뜨거웠던 여름날에도
무사히 지 속을 유지하고 있었지요.
어제 절였던 우리 밭에서 뽑은 배추도
양념에 버무렸습니다.
어머니가 해 오셨던 배추김추 무김치도 많았는데,
어제 다 담은 알타리무김치도 여러 통인데,
커다란 김치통이 또 가득찼습니다.
부엌살림이 커서 영업용 냉장고가 안팎에 두 개나 있어 다행이지...

내놓은 독이 여럿이었습니다.
하던 가락으로 물을 연결해내
장독도 정리합니다.
독들을 씻고, 마침 효소들도 들여다보며 정리했지요.
이태 째 땅에 묻어둔 김치 한 도가지도 있습니다.
두어 해 더 묵혀 보려지요.
한 번씩 그렇게 들여다봐줘야 합니다.
어떤 변화들이 거기 일어나고 있지요.
꽃가지 핀 위를 걷어내고 더 야무지게 봉해둡니다.
물 써서 장독대 대청소 한다고 볕이 반짝 나주었습니다.
자주도 하는 말입니다만 늘 하늘 고마운 이곳이랍니다.
장독대 앞의 자갈마당은 물을 쓰기 퍽 좋습니다.
물을 한껏 쓰는 일도 행복입니다.
그걸 길어다 쓰면 또 얼마나 힘에 겨울 것인지요.

9월부터 달골에 머물고 계시는 행운님네,
서울서 돌아오셨습니다.
주말 다니러왔던 종대샘은 다시 돌아갔지요.
가는 편에 알타리무김치 한 통과 시래기 한 꾸러미를 들려보냅니다.
가서 아침마다 잘 먹을 거랍니다.
이 산골에서 바람 햇볕 잘 닿은 것들
그리 밖으로 나가니 그것 역시도 참 좋습니다.

책 <티벳트의 즐거운 지혜>(욘 게이 밍규르 린포체/문학의 숲)를
잠시 훑었습니다.
“가장 좋은 출구는 자신의 문제를 뚫고 지나가는 것”
“우리는 삶에서 경험하는 혼란스런 감정이나 굴복하는 대신 그 문제들과 친구가 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자신이 본래 가진 지혜, 자신감, 투명함, 기쁨에 이를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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