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2.나무날. 빗방울 아침 지나고 흐리다, 연일 흐리다


아침, 빗방울 지났습니다.
산속에 사는 사람들에겐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걸어온다던 말이
생각키데요,
여름날의 소낙비 얘기이긴 하였으나.
비가 오기 전 흙내가 먼저 오고,
축축한 기운과 속을 미슥미슥거리게 하는 냄새가 오고
먼지가 폭폭 나면서 소낙비가
신부 입장하는 것처럼 그 뒤를 따라 걸어온답디다.
그건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에게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빠지는 것과 같은 것 아닐지요.
사는 곳에 따라 사물들이 그리 달리 다가갈 테지요.
아침, 비가 걸어왔고 걸어갔답니다.

어제 식구들이 깎아놓은 감을
이른 아침 달러갔습니다.
날 찹디다, 찹디다.
요새는 파는 곶감용 감이 꼭지가 T자인 게 없습니다.
꽉 끼워서 걸 수 있는 플라스틱 재질이 나오니까
거개가 일자형 꼭지란 말이지요.
"우리도 사야하는 거 아냐?"
혹 감이 없을 적 밖에서 감을 다 사들여야 한다면,
이 걸개를 사지 않으면 걸지도 못하겠습니다.
물론 고전적 방식이 있긴 하지요,
핀을 꽂아 그걸 끈에 매는.
그런데 그건 너무 손이 많이 가고 힘이 드니...
T자로 정리한 감들 가운데
어쩌다 일자형이 나올 때 하는 방식이었던 게지요.
뭐 안 되면 별 수 없지요.
한 접쯤은 그리 달아야했더랍니다.

어제 달골에서 내린 야콘을
먹을 것은 먹을 것대로 씨앗은 씨앗대로
그리고 크기별로 다듬고 나누었습니다.
소사아저씨는 고래방 앞 꽃밭에 나뭇가지를 치며
나무들이 겨울날 준비를 해주었지요.
놓친 농사일도 한둘이 아닌데,
학교 안 꽃밭만큼이라도 잘 정리하자 한답니다.

우리들의 아침이 몇 학기 째 부산합니다.
어쩌다 밖을 나가려면 더욱 그러하지요.
여 살 때는 종종거려도
그게 너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헉헉거리지는 않는데
나가는 일은 그렇습디다.
차가 대문을 나서고 몇 개의 굽이를 돌고 난 뒤
일자로 주욱 달리는 지점에 이르면
아이는 작은 가방에서 썬글라스를 꺼내주고
입술 터는데 바르는 약을 꺼내줍니다.
이곳 역시도 밖을 나가자면 여자가 할 일이 많습니다.
수행을 끝내고 밥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그런 다음에야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그런데 조금씩 식구들이 마음을 내어
뒷정리를 다른 이가 맡는다든지 하여
바쁜 걸음을 배려하지요.
서로를 살필 수 있음은 참 고마운 일이다마다요.

11월부터 불날 물날 나무날 사흘이
밥 먹을 짬 없이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어찌 어찌 듣고 있는 강의시간표를 몰아서 하다 보니
그리 되고 말았네요,
너무 오래 대해리를 비울 수가 없으니.
이번 학기 초반에는 용케 잘 비껴갈 일들도 있더니
이달부터는 얄짤 없게 되었답니다.
그래도 날은 갈 테고 끝이 올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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