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3.쇠날. 비 추적추적

조회 수 1073 추천 수 0 2009.11.22 19:14:00

2009.11.13.쇠날. 비 추적추적


오래된 학교 건물은 모두 단창입니다.
대해리 모진 겨울이 쉽잖겠지요.
고래방 공사를 할 때 안으로 창을 하나씩 더 둔 걸 빼고는
나머지 문들은 다 그 모양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의 겨울 날 준비 하나는
거기 곳곳에 비닐을 치는 거지요.
바람이 필요한 때를 위해 창 하나씩은 빼고 칩니다.
뒤란부터 시작했지요.
달골 행운님도 내려오셔서 거들었습니다.
비가 조금씩 추적였네요.

달골 펌프(뭐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의 부속품을 드디어 바꾸었습니다.
지난주에 임시로 연결을 해두었고
그것조차 물이 시원찮다가 드디어 오늘 다시 끊겼더랬지요.
기술자를 부르고
급히 부품을 사오고...
그런데 또 일이 생겼네요.
사는 일이 참 멉니다.
황토교실이 바짝 한 번 마르도록 불을 때려했지요.
“오후에 불을 한 번 때지요?”
그런데 화목보일러실로 들어가니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답니다.
좇아가니 흙집해우소 벽체와 온수기탱크를 연결해놓은 곳에서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에구, 문제의 지점을 금방 찾지 못한다면
벽을 허물어야할지도 모르지요.
아고, 산을 넘으니 또 앞에 산입니다요.
삶이 참...
헌데, 다른 곳에 산다고 어디 다를지요.

“입을 바지가 없어서...”
아이는 쑥쑥 크고, 계절은 금새 또 바뀝니다.
겨울 닥쳤는데 아이는 아직 겨울 준비를 하지 못했더랬지요.
일어났더니 입을 바지가 없더랍니다.
겨우 두 개를 번갈아 입고 있던 요즘이었지요.
“엄마 옷장에 가서...”
그렇게 에미 바지를 걷어입고 나타났습니다.
달골큰엄마(요새 달골에 머무르시는 박성현님을 하다는 그리 부릅니다)는
아이 바지가 걸린 빨래건조대를
잘 마르라고 2층 거실로 올려놓기까지 하셨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야 평생을 입고도 못 다 입을 옷이 있지요.
옷방으로 갑니다.
상자를 하나 하나 내려 살펴보지요.
조금만 수선하면 잘 입겠는 바지를 넷이나 찾았습니다.
아이는 얼마나 신나하던지요.

날마다 사유하고 그것을 글로 옮겨서 보내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요새는 계속 ‘소유’가 화두시랍니다.
“현대 사회의 가장 큰 병폐 중의 하나는 소유의 문제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것이다.
물질적 부를 축적하고 땅을 갖고 집을 소유하면 악착같이 돈을 모아 부자가 되면 모든 것이 다 되는 것처럼 착각한다. 무엇인가를 갖게 되면 저절로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지리라 믿는다. 그러나 세상에 소유할 수 있거나 소유되어질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니것 내것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이 편의상 사회적 관계로 그렇게 계약을 맺고 니것 내것 구분하고 있는 것뿐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자신조차도 자신이라 할 수 없는데 그런 자신이 무엇을 소유할 수 있단 말인가.
한편으론 그 믿음이 잘못됨을 깨달은 몇몇은 버림의 길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도 길이 아니다. 버림도 결국 소유의 배다른 형제인 것이다. 자유는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자유는 자신의 내면에서 나와 자신이 누리는 것이다. 나와 삼라만상이 한생명 한살림으로 굴러가는 인연의 이치를 깨달은 자신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영화 한 편 봤지요, 임성찬 감독의 <가벼운 잠>.
그런데 이름이 익습니다.
95년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96년 그 주차장에서 추모행사가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살풀이춤을 추었더랬지요.
그가 그 장면을 비디오에 담아주었더랬습니다.
영화를 만든다 했고,
열심히 그리 치달아왔던 모양입니다.
첫 장편 데뷔작입니다.
고마웠습니다.
영화는 재치 있게 만들었던 <다세포소녀>가 겹쳐지기도 하고
(아마도 그 주인공의 어려운 가정배경 때문?)
숨이 막힐 만큼 먹먹하던 일본영화 <아무도 모른다>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지나치게 이쁜 영화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 있었던 흑석동의 여고생 가장 자살 사건으로 소재로 가져오지만
냉철한 현실 비판이나 사실 그대를 태연히 보여주는 방법이 아니라
철저히 왜곡된 빛 아래서 모든 현실의 어둠을 생략시키는 기술을 택했습니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소품 손전화와 디지털 카메라의 제시도 재미납니다.
과도한 빛의 노출과도 같은 까닭의 기재로 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 사회복지 과장으로 대별되는 남성의 성적 도발이나
주인공 남학생의 잠에서 들리는 여주인공 울음소리의 공원의 벤치 같은 것들이
정확히 극 전체의 구성을 따라감에도
영화 제목처럼 "가벼워"보이는 영화 관습을 차용한 것이 아닌가 하던
한 평자의 아쉬움을 같이 느끼기도 했고,
누구의 보살핌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급기야 집을 나가 세상과 직접 부딪히는 <아무도 모른다>와 다르게
안으로 자꾸 침잠하는 주인공으로 아쉬움이 일기는 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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