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8.물날. 맑음

조회 수 951 추천 수 0 2009.11.27 11:01:00

2009.11.18.물날. 맑음


이번 추위의 절정이랍니다.
대해리 산골짝 참 모질어요.

“엄마, 엄마!”
아침부터 아이가 웬 호들갑이랍니까.
교무실로 달려 들어온 아이가
숨을 헐떡이며 뭘 보았는가를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어딨어?”
“젊은할아버지가 갖고 오세요.”
곧 소사아저씨가 나타났습니다.
“우와!”
와, 그렇게 큰 벌집 처음 보았습니다.
아이는 오늘 날적이에 이리 쓰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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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8.물날. 추움. <5층 호화저택(?)>

오늘, 아침에 설거지를 하는데 젊은할아버지께서 “이거 봐라.”하시면서 뭔가 하얀 덩어리를 가지고 부엌으로 들어오셨다.
놀랍게도 그것은 책방 앞 왼쪽에 있던 단풍나무(?) 사이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앞쪽에 입구만 봐도 엄청 큰 걸 짐작할 수 있었던 벌집였다!(어떻게 떼 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추워서 벌들이 다 얼어 죽은 것 같다.)
보통 벌집은 그냥 1층으로 달려있는 게 보통이다. 그리고 넓이도 그렇게 크지 않다. 그런데 그 벌집은 넓이도 꽤 되고, 굵기도 정말 두꺼웠다.
그리고 더더욱 놀라운 것은 5층이라는 것이다. 1층에는 입구가 있고, 2,3,4층 사이는 비어있었다. 실수로 5층은 부러져서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그것이 나는 너무 안타까웠다.
구조도다.(그림)
또 4층 위에는 단풍나무 가지가 몇 개 있었다. 자세히 보니, 벌집에 자리를 잡고 살고 있는 것이었다. 너무 너무 신비스러웠다.
그 벌들은 정말 내가 본 건축 책에 나오는 많은 건물들보다 아름답고 신비했다. 단풍잎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게 하고, 벌집을 이어주는 기둥만으로 5층이 지탱이 되고, 5층인 것만으로도 굉장히 웅장했다. 각 층마다 빈 공간이 있는 것도 신기했다.
정말 5층의 호화저택 같았다.

(류옥하다/열두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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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골에서 엊그제 따두었던 감을 두 콘티 실어 내렸습니다.
벌써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지요.
날이 매워 손이 잘 내밀어지지 않는 아침이었습니다.
아이가 있으니 늘 참 좋은 동무가 됩니다.
힘도 세니 그럴 수 없는 큰 일꾼이기도 하지요.
같이 번쩍 들어 싣고 내려왔지요.
그런데 아침밥상을 차리고 부르니
흙집해우소에 들어 뭘 하고 있습디다.
보일러 쪽으로 드나드는 수도관에 문제가 생겨
지금 온수통을 닫아놓았는데 말입니다.
곧 벌게진 손으로 젖은 양말을 들고 왔지요.
감물이 스몄던 모양입니다.
외할머니가 사주신 털실내화를
추위 많이 타는 엄마를 위해 내준 아이는
맨발로 복도를 걷고 있데요.
참 씩씩해서 더욱 든든한 아이랍니다.

아이 큰댁에서 선물이 왔습니다.
가난하게 사는 동생네라
일 년 열두 달이 가도 어른 챙기는 일 없이 사는 생활인데,
한결같이 맏동서노릇을 꼭 해주십니다.
때마다 이렇게 산골을 위한 물건들이 들어오지요.
격려이기도 하고 빚이기도 하고...
올해는 햅쌀이라도 찧어 보낼 량이랍니다.
늘 고맙습니다.

가마솥방 앞 꽃밭의 자두나무 한 그루,
오늘 보리수나무 곁으로 옮겨 심었답니다, 한낮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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