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21.흙날. 맑음 / 단식 사흘째

조회 수 1060 추천 수 0 2009.11.27 11:03:00
2009.11.21.흙날. 맑음 / 단식 사흘째


아침수행을 합니다, 끙끙대며.
달골 햇발동 2층 거실에서 홀로 했습니다.
몸이 가볍지가 않습니다.
단식 사흘째 아침이 가장 힘겹기도 하고,
단식 기간에 하지 않던 운전을
내리 이틀을 했던 까닭이기도 하겠습니다.
오늘은 이 산골 안에서만 움직이니
꼼지락거리다보면 금새 회복이 될 테지요.

일어나니 온 천지 눈으로 다 덮여있었습니다.
아이가 눈을 씁니다.
얼면 녹기 어렵고
그만큼 오래 고생을 하는 이곳이지요,
특히 달골.
단식하는 엄마 힘에 부친다며
저가 다 씁니다, 이른 아침에.

논에 있는 볏짚을 이제야 좀 걷어 들였습니다.
책방 현관 앞에 쌓았지요.
묻은 김칫독이 있는 저장고 지붕에 얹을 이엉용이랍니다.
소사아저씨가 볕 좋은 데 앉아 오후에 엮기 시작하였네요.
올해는 볏짚이 키가 낮아 여러 줄이 필요하겠습니다.
기락샘과 하다는 안에서 가마솥방 대청소를 하였지요.
몸을 움직이는 일을 덜 하라고
식구들이 단식을 도와주고 있답니다.

청탁을 받고 며칠 전 만났던 이의 인터뷰기사를 씁니다.
단식을 할 때 집중이 더 잘 되는 건 틀림없는 듯합니다.
글쓰기도 퍽 수월합니다.
몸과 마음의 가뿐함이
이번 단식을 현장에서는 혼자 하고 있는 까닭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굳이 사람들이 올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잡은 일정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지요.
주말에 함께 하는 이들이 있긴 하나
그들 역시 이곳에 오는 게 아니라 이메일을 통해 가는 안내에 따라
몇 사람이 자신의 현장에서 해낼 것입니다.
아무래도 사람과 부딪히는 일들이 젤 어렵지 않던가요.
민족의학에서 단식에 가능하면 그래서 사람을 만나지 말라 하였던 듯합니다.
한편 단식은
할 때마다의 그 익숙하되 낯섦, 그 덕에 늘 새로이 할 수 있나봅니다.
지상에서 무병천국을 만든다,
그게 단식의 궁극적 목적이라던가요.
어찌되었든 곡기를 끊고 깊이 자신을 돌아보고 들여다보기,
이곳에서 하는 단식의 목적은 그러하지요.
밤에는 뒤통수냉각법을 하였습니다.

몇 가지 장을 인터넷으로 봅니다,
송죽알로에와 인산죽염과 책 두어 권.
산골에서 유용한 인터넷 쇼핑몰이지요.
밖으로 나갈 일이 갈수록 준다 싶어요.

멀리서 식구 왔다고
이것저것 맛난 음식들도 챙겨본 하루.
아, 단식 중에도 음식을 하지요.
화기에 가까이 있는 일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나
밥을 하고 차리는 일도 일상 가운데 하나 아니더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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