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27.쇠날. 젖어있던 아침, 흐린 종일 / 김장 첫날


배추를 절입니다.
올해는 300포기만 하기로 합니다.
양이 적으면 가까운 유기농가에서 나눠주겠다고도 하였으나
그냥 우리 밭에서 나온 만큼만 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식구도 많잖아 그것만으로 한 해를 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요.
이틀이나 미리 뽑아도 싱싱해서 아직 팔팔합니다.
소금물에 구부르고 켜켜이 굵은 소금을 넣었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재울 테지요.
그 사이 한 차례 위아래 뒤집어 줄 것인데,
포기가 얇아 어쩌려는지...
날이 푹해서 바깥수돗가에서 합니다.
하늘, 늘 고맙지요.

어머니가 오셨습니다.
승용차로 오시다가 기차 타고는 처음이십니다.
곳곳을 다 들리고 오는 완행이긴 하지만
다행히 계신 곳에서 바로 오는 기차가 하루 한 편 있습니다.
역으로 마중을 나갔지요.
“여기 저기 안서는 데가 없고,
노인들이 타기는 딱 좋더라.”
연착하기도 하여 무려 네 시간을 다 채울 판인데
힘들기도 하시련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말씀주십니다.
나이 마흔 넘어 된 자식이어도
여전히 뒤치다꺼리가 필요하니 원...
전생에 원수가 부모자식이 된다던가요.

고등어조림을 합니다.
어르신이 계신데 뭘 좀 해드리나 고심이었지요.
읍내에서 고등어 두 마리 실어왔더랬습니다.
무가 맛있는 날들입니다.
깍두기에 무나물에, 무생채에,
그리고 무생선조림도 그만이지요.
이곳 음식은 싱거워서
먹을 게 하나도 없다 자주 그러는 당신이신데
맛나게 드셨더랬답니다.

오전에는 관내 초등학교의 특수학급에서 보내고,
그 학교의 교감선생님과 학교 얘기도 나누고,
역에도 나갔다 온 사이
남아있던 식구들은 김칫독을 부셔놓고
배추를 정리하고 마늘을 다듬어놓고
무를 다 씻어놓았더랬지요.

고춧가루도 마흔 근(다섯 근이나 덤으로 와) 마을에서 왔습니다.
멀리 나갈 것 없이 예서 들였습니다.
물꼬 고추는 풋고추와 붉은 고추로 잘 먹었고
지고추 두 항아리를 담고
그리고 겨우내 양념으로 먹으려 썰어 얼려두고 나니 끝이었습니다.
지난해엔 다른 지역의 유기농가에서 들어온 것도 있었는데
올해는 우리 수확물이 별 거 없어 바꿔먹지를 못하였지요.

콩도 불렸습니다,
청국장을 띄워볼까 하지요.
어머니가 계시니 내는 엄두들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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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7.쇠날. 추움. <힘들다……>

오늘은 하루 종일 김장과 관련된 일을 했다. 오전에는 2시간 동안 마늘 꼭다리 떼고, 오후에도 2시간 동안 마늘 꽁다리를 뗐다. 그리고 할머니가 오신 후에는 몇 시간 동안 김장용 배추를 절였다.
처음에 나는 수돗가로 배추를 옮기는 일을 맡았다. 그 일은 손수레로 하기는 했지만 너무 힘들고 피곤했다.
그 다음에 나는 배추를 절여 보았는데 안에 장갑을 안 껴서 그랬는지 손이 가렵고 쓰라렸다. 그리고 아킬레스건 문제 때문에 쭈그려 앉지를 못해서 허리를 숙였기 때문에 온 몸이 뻐근하고, 힘이 들었다.
그리고 중간에는 진잎(?)을 뗐는데, 그 일은 배추에서 노랑색이 들어있는 잎을 떼 내는 일이었다. 떼고, 가리고, 옮기고……. 너무 힘이 든 일이었고 많이 지루했다.
마지막에는 늦저녁이라서 엄마가 밥을 하러 갔기 때문에 내가 배추를 절이게 됐다. 그런데 고무장갑 안으로 소금물이 들어와서 손톱이 빠질 것 같고, 손이 트고……. 이것도 역시 힘들었다.
다하고 나니까 김장하는 일이 정말 힘든 게 많이 느껴졌다. 짜증도 나고 다리도 아팠다.
내일 몸살 안 나길 빈다. “하암~” 힘들고 피곤하다.

(류옥하다/열두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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